“불탄 잔해는 ‘역사의 교훈’… 제3장소에 보존”

  • 입력 2008년 2월 15일 03시 00분


폐기물 처리장으로 간 ‘숭례문’ “문화재를 쓰레기 취급하다니….” 14일 서울 은평구 수색동의 한 건축폐기물 업체에서 숭례문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가 발견됐다. 기와의 전통 문양이 선명하다. 원대연 기자
폐기물 처리장으로 간 ‘숭례문’ “문화재를 쓰레기 취급하다니….” 14일 서울 은평구 수색동의 한 건축폐기물 업체에서 숭례문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가 발견됐다. 기와의 전통 문양이 선명하다. 원대연 기자
■ 문화재청 ‘部材처리’ 방침

불에 타 숯덩이로 변한 숭례문 주요 부재(部材·건축물의 뼈대를 이루는 여러 재료)들이 제3의 장소에 그대로 보존 전시된다. 문화재청은 14일 “불에 심하게 타 재활용은 불가능하지만 역사적 현장을 남기기 위해 숯덩이를 그대로 보존해 다른 장소로 옮겨 전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존 장소로는 충남 부여군 한국전통문화학교 등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10일 밤 화재가 발생한 뒤 13일까지 문화재청은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며 기와 등을 폐기물처리장에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당국이 잔불 정리를 위해 숭례문 북쪽의 잔해를 굴착기로 파헤친 것으로 밝혀져 국보 1호가 무너진 현장을 보존해야 할 당국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문화재청은 숭례문 현판에서 떨어져 나간 여섯 조각(본보 2월 14일자 A13면 참조)도 찾고 있으나 이 또한 잔불 정리 때 휩쓸려 사라졌을 공산이 크다.

한 문화재 전문가는 “소방당국은 물론이고 문화재 조각 하나라도 보존해야 할 문화재청마저 자기 역할을 몰랐다”며 “숭례문 복원을 원형 복구가 아니라 새집 짓기쯤으로 여긴 게 아니냐”고 말했다.

숭례문 부재에 대한 보존 대책이 강화되면서 부재 재활용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부재를 재활용하면 할수록 숭례문의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숭례문 해체와 조사가 끝난 뒤 재활용할 부재를 다른 장소에 옮겨 본격적인 보존 처리를 시작할 계획이다. 면밀한 조사와 보존 처리 없이 부재를 재활용할 경우 복원 숭례문도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부재는 햇빛에 노출되면 심하게 뒤틀릴 우려가 있어 음지에서 건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현재 햇빛에 노출돼 있는 부재의 추가 손상을 막기 위해 숭례문 위를 덮는 덧집을 설치하기로 했다.

재활용할 수 있는 부재는 상태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보완된다. 균열이 생긴 부재는 균열 부위에 나무 가루와 합성수지를 채워 굳히고 강도가 약해진 부재는 나무 속에 스테인리스 봉을 삽입해 지지한다.

누각 아래 석축도 조사 결과에 따라 전면 해체될 가능성이 있다. 김봉건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석축은 외견상 괜찮아 보이지만 석축 중앙의 홍예문 내부에 고드름이 매달린 것으로 봐서 물이 많이 스며들어 있다”며 “물이 얼어붙을 경우 돌이 밀려나올 수 있어 석축을 해체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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