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각 동인천권역 교통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용일 사거리에 나가 있는 OOO 통신원 나와 주세요.”
“예, 현재 이곳은 경인고속도로 도화 나들목 방향으로 차량이 늘어나면서 정체가 빚어지고 있습니다. 이 구간 지나시려면 신호를 서너 번 받아야 통과할 수 있습니다.”
14일 오전 8시경 인천 남구 학익동 TBN 인천교통방송(FM 100.5MHz) 3층 스튜디오.
매일 오전 7시부터 2시간 동안 인천과 부천 지역 출근길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출발! 인천대행진’을 제작하는 오세안(44) 프로듀서가 스튜디오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남상우(42) MC에게 손짓으로 OK 신호를 보냈다.
틈틈이 대중가요를 내보내며 연수와 계양, 부천권역의 교통상황을 차례로 전달한 뒤 방송이 끝나자 이들은 서로에게 인사를 건넸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이 2001년 11월 개국한 인천교통방송의 프로그램이 인천과 부천 지역 운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9월 여론조사기관인 월드리서치가 하루 평균 30분 이상 라디오를 듣는 인천 지역 운전자 500명을 대상으로 청취율을 조사한 결과 인천교통방송이 32.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방송이 다른 방송을 제치고 탄탄한 청취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모범운전자인 개인택시 운전사 40명으로 구성된 방송통신원의 힘이 가장 크다.
인천 지역 지리에 밝고 사투리를 쓰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엄격한 공개 오디션을 거쳐 선발하고 있다.
이들은 매일 출퇴근 시간(오전 7∼9시, 오후 6∼8시)에 상습 정체 구간에 투입돼 현장에서 휴대전화와 무전기를 이용해 방송국에 교통정보를 제공한다.
방송을 배정받은 통신원은 방송 시작 1시간 전에 현장에 도착해서 주변 소음 상태 등을 살펴 방송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교통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3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1회 방송하는 데 고작 1만여 원을 수당으로 주기 때문에 봉사정신이 없다면 통신원 생활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 방송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설이나 추석, 여름휴가철 등을 맞아 특별방송을 진행하면 이들은 서해안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 주요 국도에 배치돼 인근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교통정보를 제공한다.
또 이들은 인터넷에 카페를 만들어 방송에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는가 하면 불우이웃을 돕는 활동도 벌이고 있다.
연수권역 회장을 맡고 있는 임종철(50) 씨는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들 때문에 가계를 꾸려 가고 있는 만큼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도로에 발이 묶인 운전자들에게 유익한 교통정보를 제공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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