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공단에서 25년째 섬유업체인 ㈜신흥을 경영하는 이동수(57) 구미상공회의소 회장은 14일 “구미공단 기업들의 수출은 크게 늘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정주 여건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구미가 새로운 희망을 가지려면 고급 인력이 구미에서 자녀교육을 마음 놓고 시킬 수 있는 교육 여건이 좋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수출을 이끄는 ‘산업도시’ 구미가 15일로 시 승격 30주년을 맞는다.
구미는 1978년 2월 15일 당시 선산군 구미읍과 칠곡군 인동면을 합쳐 시로 승격됐다. 구미는 원래 선산군에 속하는 작은 농촌마을이었으나 1969년부터 조성된 공단 덕분에 1995년에는 선산군을 흡수 통합할 정도로 성장했다.
시로 승격된 지 한 세대 만에 구미는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무엇보다 ‘수출 도시’라는 명성을 쌓아 ‘한국을 먹여 살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구미공단은 성장을 거듭했다.
구미공단은 1971년 800만 달러로 첫 수출을 시작한 이후 1975년에는 수출 1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지난해는 350억 달러를 기록해 무려 350배가 넘는 기록적인 성과를 거뒀다.
수출 품목도 전자제품이 전체의 77%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체가 30년 전 177개에서 현재 1772개로 크게 늘었고, 근로자도 2만7000여 명에서 9만4000여 명으로 껑충 뛰었다.
구미공단은 25km² 터에 1∼3공단이 조성됐으며, 내년까지 4공단 조성도 완료될 예정이다.
공단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면서 자연스레 구미의 인구도 증가했다.
1978년에 7만2000여 명이던 주민은 현재 39만 2000여 명으로 매년 1만 명가량 늘고 있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가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구미는 사정이 다르다.
구미의 주민 1인당 지역내총생산량(GRDP)은 4만5000달러로 울산시와 함께 전국 최고 수준이지만 구미시는 새로운 고민에 빠져 있다.
30년 넘게 지역과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구미공단이지만 현재 상태로는 미래를 설계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
남유진 시장은 이런 사정을 두고 “구미의 틀을 확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며 “잠을 자기 어려울 정도로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남 시장이 그리는 구미의 미래는 기업과 교육, 문화가 어우러진 친환경 도시.
그는 “구미가 정부로부터 과학연구단지로 지정된 데다 구미공단의 연구개발 기능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정책도 마련하고 있다”면서 “구미가 전국에서 가장 살고 싶은 쾌적한 도시가 되도록 시민들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밝혔다.
구미시는 15일 오후 7시 반 시청 옆 문화예술회관에서 시 승격 30주년 축하공연을 갖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