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들어간 전국 경찰서 현판 어청수 청장도 또 바꾼다

  • 입력 2008년 2월 18일 02시 56분


어청장 “대국민 홍보역할… 교체 여부 숙고”

경찰청장이 새로 부임할 때마다 청장의 지휘 지침을 적은 현판을 바꿔 혈세 낭비라는 비난을 받아 온 경찰청이 또다시 현판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어청수 청장의 취임에 맞춰 전국 지방경찰청과 일선 경찰서의 현판을 모두 교체할 계획이다.

여기에 드는 예산은 경찰관서 운영에 필요한 소모성 물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는 ‘일반 수용비’로 충당된다. 경찰청은 현판 1개에 20만 원씩 5억 원 정도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청은 이에 앞서 어 청장이 취임한 11일 전국 지방경찰청과 일선 경찰서, 일선 지구대에 걸려 있던 전임 이택순 청장의 지휘 방침을 담은 현판을 모두 떼도록 지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전국 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전임 청장의 지휘 현판을 모두 내렸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06년 2월 이 전 청장의 취임 직후 4억9182만 원의 예산을 들여 일선 경찰서를 포함해 전국 2000여 곳에 걸었던 ‘믿음직한 경찰, 안전한 나라’라는 지휘 현판은 2년 만에 모두 폐기 처리됐다.

지난달 어 청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경찰청은 2003년 이후 5년 동안 새 청장의 지휘 방침을 담은 현판을 세 차례 바꿔 다는 데 모두 14억3752만 원의 예산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본보 1월 29일자 A14면 참조

▶ 새 청장들 ‘5억짜리 말씀’… 이번에도?

특히 현판의 내용이 ‘함께하는 치안, 편안한 나라’(최기문 전 청장), ‘최상의 치안 서비스를 위해서’(허준영 전 청장) 등으로 큰 차이가 없어 예산을 낭비한 대표적 사례로 지적됐다.

새로 교체될 현판 역시 이전 현판처럼 치안과 관련한 경찰의 의지를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비판에 어 청장은 “현판은 경찰의 대국민 홍보창구이고 5억 원의 예산은 그런 차원에서 홍보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청장이 새로 취임하면 전임자의 지휘 지침을 담은 현판을 바꿔 다는 것은 당연하다”며 현판 교체를 강행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그러나 경찰의 한 고위 간부는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청장들이 현판을 바꿔 다는 것은 솔직히 자신의 권위를 세우고 싶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판 교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어 청장은 “제기되는 비판 여론을 참고해 현판 교체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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