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00명 중 4명만 NGO 가입
한국계 미국인인 대니 서는 12세 때 ‘지구 2000’이라는 환경단체를 만들었다. 이후 그는 다양한 환경보호 활동을 펼쳐 인류 발전에 공헌한 사람에게 주는 ‘슈바이처 인간 존엄상’을 수상했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에도 선정됐다.
언론이 늘 주목하는 이 경이로운 젊은이의 직업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그를 ‘시민운동가’라고 부르며, 그가 만든 ‘지구 2000’과 같은 단체를 시민단체 또는 NGO라 부른다. NGO는 ‘비정부기구(Non-Governmental Organization)’의 약자로, 정부나 기업과 달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를 말한다.
그렇다면 시민단체는 왜 필요한가?
예를 들어 보자. 새 학기에 반장은 학급 운영비를 거두어 알아서 환경미화를 했고, 아이들은 귀찮은 일을 하지 않은 것에 고마워했다. 반장은 그 후에도 돈을 거뒀지만 자세한 사용처를 알려주지 않았고, 운영위원도 사용 내역을 자세히 살피지 않았다. 그러자 일부 학생이 학급 운영비를 바르게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사용 내역을 살펴봤다. 이렇게 되자 학급 운영비를 함부로 거둬서 사용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이들의 활동은 결국 학생 전체에게 이익이 되었다.
이런 자발적인 모임은 사실 거대한 정부나 기업의 활동을 감시하는 데 필요할 때가 많다. 이런 일을 하는 대표적인 곳으로 ‘함께하는 시민행동’(www.action.or.kr)이 있다. 이 단체는 세금이 ‘주인 없는 돈’이 되어 잘못 쓰이거나 낭비되지 않도록 예산을 감시하는 활동을 한다. ‘밑 빠진 독 상’을 만들어 잘못된 예산 집행 사례를 알리고, 예산 집행을 막아서 예산을 아끼는 데 공헌하는 것이 이 단체의 역할이다. 이렇듯 시민단체는 시민 공동체의 이익을 지키고 사회문제나 사회갈등에 개입해서 조정하는 일을 하는데, 이를 ‘시민운동’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시민운동이 본격화된 것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www.ccej.or.kr)이 창립된 1989년부터다. 이후 다양한 시민단체가 만들어졌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여전히 그 수가 적은 편이다. ‘2006 한국민간단체총람’(표 참조)에 따르면 국내 시민단체는 모두 5556개로서, 일본의 34만 개나 미국의 114만 개에 비해 여전히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활동 분야는 다양하다. 사회서비스(32.8%) 분야가 제일 많고, 다음이 시민사회(25.5%), 문화(11.1%), 환경(10.4%), 노동(7.5%), 지역자치·빈민(5.6%) 분야 순이다. 시민단체는 요즘도 늘어나고 있는데, 특히 지역 자치와 환경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양적인 증가와 달리 시민운동이 여전히 ‘시민 없는 시민활동’이 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가 제대로 활동하려면 시민이 회원으로 가입해서 그 활동을 지지하고 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시민이 회비를 후원하거나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일이 많지 않다.
‘2006년 사회통계조사’를 보면, 국내 15세 이상의 인구 중에서 단체 활동을 하는 사람은 전체의 38.8%다. 그리고 이들 중 10.8%만이 NGO와 유사한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고 하니, 결과적으로 15세 이상 전체 국민 가운데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사람은 4.2% 정도인 셈이다.
이렇게 시민운동을 하기에 열악한 환경이지만, 대니 서와 같은 청소년들이 모여서 함께 만든 시민단체도 있다. 청소년 환경단체인 IGL은 ‘녹색연합’(www.greenkorea.org)의 청소년 소모임으로, ‘I G(lobe) Love’를 줄여서 이름을 붙였다. IGL 회원은 회비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새만금간척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집단 소송을 내기도 하며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내복 입기’ 등의 활동을 만들어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시민단체가 좋은 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거름을 만들 때는 힘들고 역한 냄새 때문에 그만두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거름이 얼마나 알찬 열매를 맺게 하는지를 생각한다면, 기꺼이 거름을 만드는 데 동참할 수 있지 않을까? 민주주의를 위해 땀을 흘릴 젊은 그대들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