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의 대구가톨릭대 일어일문학과 최진영(71·대구 중구 남산동·사진) 씨는 20일 열리는 졸업식에 참가하는 졸업생 중 최고령이다.
졸업 점수도 100점 만점에 90점으로 평균 A일 정도로 우수하다.
최 씨는 6·25전쟁을 겪은 뒤 대구초등학교와 대구 군암중을 마치고 경북공고에 입학했으나 너무 가난해 졸업하지 못했다.
그는 목수 일을 하다 21세에 결혼했다. 이후 대구공군기지에서 통신병으로 군대생활을 한 것이 새로운 삶의 출발점이 됐다.
군에서 배운 통신기술을 바탕으로 대구 달서구 송현동에 유니온테크라는 작은 통신설비회사를 설립했다.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되자 큰 아들 상윤(52) 씨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그는 공부의 길로 들어섰다.
최 씨는 17일 “60이 넘어 공부를 하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이를 악물었다”며 “건강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손에서 책을 놓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 대구고 부설 방송통신고에 입학해 대학진학의 꿈을 키웠다. 방송고 재학 때는 전국 60개 방송고 재학생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2003년 대구에 있는 영진전문대 관광일어통역과에 입학한 이후 2005년 대구가톨릭대에 편입했다. 전문대 성적도 100점 만점에 95점으로 뛰어났다.
2남 3녀를 둔 그는 손자가 12명이나 된다. 큰아들과 쌍둥이인 차남 상태(52) 씨는 경주대 교수로 있다.
최 씨는 “교수인 아들에게 ‘학생을 잘 가르칠 수 있도록 분발하라’고 당부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공부에 대한 철학은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끈기로 하는 것’이다.
부인 송경란(69) 씨는 “남편이 공부하느라 자주 코피를 흘렸다”며 “함께 공부하는 마음으로 뒷바라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최 씨는 ‘옳은 일은 서슴지 않고 행하라’는 말을 늘 마음속에 두고 있다고 했다.
그는 3월에 이 대학 대학원에서 일본문학 공부를 계속할 예정이다. 최 씨는 “이제 공부하는 맛을 조금씩 알 것 같다”며 “대학원을 마치면 제때 공부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를 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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