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미군 추모사업에 바친 한평생

  • 입력 2008년 2월 18일 06시 38분


‘기독(奇篤)한 인간, 김덕형 이야기.’

경남 남해군에서 ‘구두쇠’와 ‘만물박사’로 불리는 김덕형(93) 옹의 일생을 기록한 책의 제목이다. 그를 모시는 셋째아들 종식(49) 씨가 정리했다.

책 제목은 기이(奇異)하면서 ‘모든 일을 성의 있게 열심히 한다’는 의미의 독행(篤行)에서 한 자씩 따 만든 것.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 옹의 각별한 인연 등을 소개한 ‘사람들 이야기’ 등 총 10장, 350쪽으로 구성됐다.

이 책에는 ‘11구의 미군 시신을 묻고, 평생을 미군 추모사업에 바친 용기와 집념의 휴먼드라마’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들 미군은 1945년 8월 8일 새벽 미군 폭격기가 일본군 고사포를 맞고 남해 망운산에 추락하면서 생긴 희생자다. 30대 초반이던 김 옹은 미군 유해를 수습해 임시 매장했으며 이 때문에 당시 일본 헌병대에 끌려가 조사를 받기도 했다. 미군 유해는 이듬해 3월 본국으로 보내졌다.

이 일이 인연이 돼 김 옹은 1956년 망운산 옥조봉 아래 손수 전공비도 세웠다. ‘미 공군 전공기념비’라는 비문은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 휘호.

김 옹의 인류애는 ‘남해의 전공비’라는 제목으로 1958년 발간된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그는 신문과도 각별한 인연이 있다. 동아일보 창간 이듬해인 1921년 서당에서 신문을 접한 이후 지금까지 본보를 구독하고 있다.

특히 신문의 주요 기사를 공책에 적고, 읽은 신문은 정성스럽게 보관한다. 본보는 2006년 창간기념호에서 그의 ‘신문 사랑’을 소개했다. 당시 그는 “신문은 용기를 갖고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주산업대의 전신인 진주공립농업학교를 졸업하고 잠시 공직생활도 한 그는 부인(1996년 작고)과 약방, 농약상 등을 경영했다. 장학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아들 종식 씨는 “아버지가 ‘입바른 소리’를 잘하는 데다 근검정신이 남달라 주위에서 시기도 많이 받았다”며 “객관적으로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011-9539-1779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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