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악몽 아직 생생한데 숭례문 화재에 또 치떨다니…”

  • 입력 2008년 2월 19일 02시 59분


오열하는 유족들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유가족들의 아픔은 아직도 치유되지 않았다. 18일 대구 중구 대구시민회관에서 열린 대구지하철방화참사 희생자 5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분향소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사진 제공 매일신문
오열하는 유족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유가족들의 아픔은 아직도 치유되지 않았다. 18일 대구 중구 대구시민회관에서 열린 대구지하철방화참사 희생자 5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분향소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사진 제공 매일신문
상흔 간직한 ‘추모벽’대구지하철방화참사 5주년을 맞은 18일 대구 중앙로역 한쪽에 보존된 화재 당시 그을린 벽의 일부와 사물함, 공중전화부스 등이 당시의 참상을 보여 주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상흔 간직한 ‘추모벽’
대구지하철방화참사 5주년을 맞은 18일 대구 중앙로역 한쪽에 보존된 화재 당시 그을린 벽의 일부와 사물함, 공중전화부스 등이 당시의 참상을 보여 주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대구지하철 참사 5주년…유족등 300여명 참석 추모식

“숭례문(남대문)이 타 버린 모습을 보고 5년 전의 악몽이 생생하게 떠올라 마음이 아팠습니다….”

대구지하철방화참사 희생자 5주기 추모식이 열린 18일 대구시민회관 소강당.

희생자 유족과 정관계 인사 등 300여 명이 참석해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이 사건이 남긴 교훈을 되새겼다.

추모식은 식전행사에 이어 사건 발생 시간인 오전 9시 53분부터 1분 동안 추모 사이렌을 울린 뒤 묵념을 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마이미스트 조성진 씨의 퍼포먼스, 추모의 노래, 유족대표 인사, 분향 및 헌화가 계속되자 추모식장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유족들은 “지하철 참사나 숭례문 화재와 같은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우리의 재산과 생명을 노리고 있다”며 국가는 물론 국민도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희생자대책위원회 황순오(41) 사무국장은 “어느 누가 남대문이나 지하철 전동차에서 불이 날 것이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느냐”며 “이번에도 초기 대응 미숙으로 엄청난 피해가 난 만큼 유사한 사건을 막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전동차에서 일어난 방화로 192명이 숨지고 148명이 다쳤다.

사망자 가운데 DNA 분석이 힘들 만큼 시신 훼손이 심했던 6명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 부상자 가운데 상당수는 지금까지 통원 치료를 하고 있을 정도로 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참사 때 어머니(당시 57세)를 잃은 황 사무국장은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유족들의 아픔은 여전하다. 희생자 가족과 부상자를 체계적으로 돌볼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유족 대표인 류춘화(53·여) 씨의 아들은 사건 당시 대학생이었다. 책을 사러 간다며 집을 나섰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류 씨는 “시민들의 뇌리에서 참사는 지워져도 안전 불감증이 빚은 이 사건의 교훈과 희생은 절대로 잊혀져선 안 된다”고 했다.

희생자대책위는 배상에 사용하고 남은 국민성금 80여억 원으로 공익재단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사건 재발을 막고 국민의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 성금을 관리하는 대구시는 후유장애에 시달리는 부상자 101명이 지난해 추가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대구지법에 낸 만큼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재단 설립 문제를 유족들과 협의할 방침이다.

시민 대표로 참석한 참길회 정학 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대구지하철 참사는 문명이 인간의 방자함을 꾸짖으며 저지른 예고된 폭력이자 이를 예측하지 못한 인간의 무력함을 보여 주는 부끄러운 사건”이라며 “고인들은 부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시라”고 애도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사랑하는 이와의 생이별이 얼마나 가슴 아픈지 저 역시 안다”면서 “이제 아픔을 딛고 고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일어서야 하며 국가는 재난 관리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참사 현장인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지하 1층의 분향소에는 하루 종일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구시민회관에선 재난 예방을 주제로 심포지엄과 영상물 상영전도 열렸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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