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잦을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 주기 바람. 잠시 후면 잠잠해질 것 같음.”
17일 오전 부산 가덕도 해상. 육중한 해상 크레인 위에서 칙칙거리는 무전기 소리가 들렸다.
부산 가덕도와 경남 거제를 연결하는 거가대교의 침매(沈埋)터널 구조체인 함체 설치 공사가 시작됐다. 거가대교 시공을 맡은 대우건설은 침매터널 함체 18개 중 제작이 완료된 1개를 가덕도 앞바다에 17, 18일 이틀에 걸쳐 설치한 데 이어 5월까지 4개를 더 설치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경남 통영시 광도면 안정제작장에서 만들어진 함체 1개는 길이 180m, 높이 10m, 폭 26.5m(왕복 4차로) 크기에다 무게가 무려 4만7000t에 달하는 속이 비어 있는 초대형 콘크리트 구조물. 수심 50m의 수압과 규모 8.0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침매터널 설치공법은 육지에서 만든 함체를 미리 파 놓은 바다 밑 지반에 설치하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거가대교에 처음 시도된다.
이 구조물은 엄청난 부피 때문에 너울(사나운 큰 물결)이 발생해 자칫 주변을 운항하는 선박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라 예인선으로 끌어가되 자체 부력을 이용하는 ‘반잠수 운송법’이 이용됐다.
운송항로 반경 1km 정도는 너울의 직접적인 영향이 예상돼 속도를 4노트 이하로 낮췄고, 안전사고에 대비해 선사들에 주변 운항 선박의 속도를 평소의 15∼20노트에서 7노트 이하로 낮춰주도록 협조를 구했다.
안정제작장에서 초강력 엔진을 장착한 4대의 예인선을 이용해 16일 출발한 침매터널 함체는 17일 오전 37km 떨어진 공사현장에 도착했다.
대우건설은 함체를 바다 속에 설치하는 가장 좋은 기상 조건의 날을 찾기 위해 50년간 진해 앞바다 기상을 정밀 분석한 결과 이날을 택했다.
부산과 통영해양경찰서를 비롯한 관계 기관에서는 주변 운항 선박의 속도 협조와 경비정을 지원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2004년 착공된 거가대교는 바다 위에 설치되는 사장교 2개와 침매터널, 육상터널 등 총 8.2km 구간으로 2조2000억 원이 투입돼 2010년 12월 개통될 예정이다.
:침매터널:
육지에서 철근 콘크리트나 강철로 관(터널 본체)을 만들어 물 밑에 파 놓은 기초에 관을 차례로 가라앉혀 연결해 만든 터널이다. 또 함체는 콘크리트로 만든 사각형 터널 구조체로 해저의 높은 수압이나 바닷물에 부식되지 않도록 특수하게 만들어진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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