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109조 공사비 무리” “물류혁명 백년대계”

  • 입력 2008년 2월 20일 03시 03분


김문수 경기지사가 한중 해저터널을 공론화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는 중국과의 경제교역 및 교류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므로 한중 해저터널의 경제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사비가 100조 원 이상으로 추정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경기도, 선상토론회로 본격 공론화

도는 16∼18일 경기 평택항과 중국 산둥(山東) 성 롱청(榮城)을 오가는 페리에서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 역발상 선상토론회’를 개최했다.

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모임이었지만 핵심 주제는 한중 해저터널이었다. 공론화를 선언하는 선포식 같은 분위기였다.

김 지사는 토론회에서 “중국의 급속한 성장과 대한민국의 장래를 내다봤을 때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며 “섬나라처럼 갇혀 살게 아니라 바다로 뻗어나가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한준 경기도 정책특보는 “한중 해저터널의 기술적 가능성과 사업비, 기간, 효과에 대해 실무적인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도는 4월 중순경 한중일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제세미나를 열고 한중 해저터널 건설의 타당성과 세계의 해저터널에 대해 토론할 계획이다.

○ 경제성은 글쎄?

도가 검토 중인 구간은 평택∼웨이하이(威海), 인천∼웨이하이, 군산∼웨이하이 등 3개. 이 중 평택∼웨이하이 간 374km 구간을 가장 타당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구간에 해저터널을 만들면 서울과 중국 베이징(北京) 간 거리는 1366km로 북한을 거쳐 철도로 갈 때보다 104km 단축된다. 칭다오(靑島)까지는 1590km, 상하이(上海)까지는 1923km가 줄어든다.

시속 350km의 KTX로 달리면 칭다오는 1시간 40분, 상하이는 2시간 반, 베이징은 4시간에 갈 수 있다. 비행기를 이용할 때 공항에 가고 탑승수속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해저터널이 빠르다는 계산이 나온다.

도는 공사비를 109조2000억 원, 공사기간을 20년 정도로 추정한다. 공사 과정에서만 76조 원의 생산유발효과가 기대된다.

또 해저터널을 건설하면 2030년경 연간 4300만 명, 화물 2620만 t의 수요가 생기고 이에 따른 운영수입은 연간 5조7000억 원∼11조5000억 원이 된다고 추정했다.

도 관계자는 “해저터널 공사비와 금융비용, 기타 사업비를 감안했을 때 전체 사업비 회수기간은 짧게는 24년, 길게는 95년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긍정론과 신중론이 맞서

평택∼웨이하이 구간은 최대 수심이 73m이다. 나머지 구간은 40m 수준. 도는 한국과 중국 연안에 인공섬을 만들어 육지와 교량으로 연결하고 중앙부에 해저터널을 뚫는 방법을 제시했다.

또 해저터널 중간지점에 대규모의 인공섬을 조성해 관광지로 개발하고 나머지 구간은 25km 단위로 작은 인공섬을 만들어 대피시설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계획대로라면 세계 최장 해저터널이 되는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허재완 중앙대 교수는 “한일, 한중 해저터널을 함께 추진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며 “한국과 중국, 일본 간에 새로운 교통로 개설을 넘어서는 큰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성 면에서도 충분히 타당성이 있지만 현실화되려면 2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안병직 이사장은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유로터널도 건설 당시에는 경제성이 있다고 했지만 비용이 이익의 3배 수준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 해외의 해저터널

日 혼슈-홋카이도 연결

러-미 베링터널 검토중

세계 주요 해저터널
이름길이개통 시기
일본 세이칸 터널53.9km1988년
일본 도쿄만 터널15.1km1997년
미국 링컨 터널2.3∼2.5km1957년
영국∼프랑스 채널 터널50.5km1994년
홍콩 이스턴하버 터널2.2km1989년
홍콩 웨스턴하버 터널2.0km1997년
러시아∼미국 베링 터널약 100km추진 중
자료:경기도

일본 혼슈(本州)와 홋카이도(北海道)를 잇는 세이칸(靑函) 터널은 길이가 53.9km, 해저구간이 23km에 이른다. 1964년 착공해 1988년 준공됐다. 주로 화물과 승객을 수송한다.

‘유로 터널’로 잘 알려진 ‘채널 터널’은 영국과 프랑스 해협을 관통한다. 길이 50.5km의 해저터널. 바다 밑 구간은 세이칸보다 긴 38km.

전문가들은 채널 터널로 두 나라가 사실상 국토적으로 통합하고 경제적, 정치적 통합으로 나아갔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미국과 홍콩도 비교적 짧은 구간의 해저터널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가 길이 100km의 베링해협 해저터널을 검토하는 등 초대형 해저터널 사업을 추진하는 나라가 많다.

허재완 중앙대 교수는 “두 나라를 잇는 해저터널은 상대 국가에 대한 신뢰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한중 해저터널은 외교적, 군사적인 주변 환경이 갖춰져야 추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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