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인천 남동구 논현동 남동공단 1단지 20블록 H전자 앞 도로.
폭이 10여 m에 불과한 왕복 2차로 양쪽에 각종 승용차와 트럭들이 빼곡하게 주차돼 있었다. 한쪽 차로는 2중 주차를 하는 바람에 차량 1대만 간신히 다닐 수 있었다.
공단을 가로지르는 왕복 4차로인 함박메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도로가 양쪽 끝 차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과 교차로 주변까지 불법 주차된 차량이 꼬리를 물었다.
H전자 이우진 차장은 “불법 주차로 제품 출하에 차질을 빚는 업체들이 인천시와 남동구에 벌써 몇 년째 주차장 확충과 단속을 요구했지만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남동공단에 입주한 업체들은 주변 도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과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시는 대책 마련을 외면하고 있다.
면적이 957만 m²에 이르는 남동공단에는 현재 3700여 곳의 업체에 6만4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상당수 근로자가 승용차를 이용하고 있지만 공단에 설치된 주차공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지난해 9월 인천상공회의소가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와 공동으로 ‘남동공단 주차문제 개선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을 정도다.
남동공단 입주업체 임직원 732명을 대상으로 주차공간에 대한 의식조사를 벌인 결과 97.0%가 부족하다고 답변했다. 주차공간 수요는 3만4400여 대에 이르렀다.
그러나 남동공단과 업체가 만든 부설 주차장과 임시공영 주차장, 노상 주차장에는 2만4000여 대만 주차할 수 있다.
시는 입주업체의 건의를 받아들여 2006년 이면도로에 주차구획선을 그어 노상 주차장을 만들었지만 주차공간은 여전히 부족해 매일 1만여 대가 불법 주차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상공회의소는 시에 남동공단 인근 승기천 주변과 공원 지하에 주차장을 확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근로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공단을 순회하는 버스 노선을 다양하게 배치해 줄 것도 요구했다.
현재 공단을 경유하는 버스는 14개 노선(일반 13, 좌석 1개)이지만 정류정과 노선이 대부분 비슷해 근로자들에게서 외면받고 있다.
시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해 남동공단에 주차장 용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입주 업체들도 공장 빈터를 주차공간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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