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설립-주가조작 관여 사실 없다
김경준씨측 범죄 수익 챙겨… 당선인도 피해자
‘광운대 동영상’ 발언은 金씨 홍보해주려 한 말
BBK 주가조작 및 횡령에 대해 특검팀은 김경준 씨 측의 단독 범행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씨의 단독 범행이 아니라 김 씨 ‘측’ 단독 범행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 씨의 누나 에리카 김 씨와 아내 이보라 씨도 공범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 것.
특검팀은 “김 씨가 BBK를 단독으로 운영하며 옵셔널벤처스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을 인수한 뒤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당선인이 횡령에 가담하거나 횡령 수익의 일부라도 공유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문강배 특검보는 “이 당선인이 범죄 수익의 일부라도 챙겼다는 증거가 없다. 오히려 그는 BBK에 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본 피해자”라고 설명했다.
이 당선인이 2000년 10월 광운대 강연에서 “내가 BBK를 설립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특검팀은 “이 당선인은 조사 때 ‘BBK를 운영하는 김경준 씨를 홍보해 주려고 한 말’이라고 진술했다”며 “강연 때 이런 말을 했다는 것만으로는 이 당선인이 주가조작의 공범이라는 증거가 되지 못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검찰 수사를 통해 위조된 것으로 확인된 이른바 ‘BBK 한글 이면 계약서’를 이용해 김 씨가 이 당선인을 대선에서 낙선시킬 계획을 세웠던 사실도 특검 수사를 통해 새롭게 드러났다.
김 씨와 미국 구치소에 함께 수감돼 있다 김 씨보다 먼저 국내에 송환된 신모 씨를 조사한 특검팀은 “신 씨는 ‘김 씨가 나에게 먼저 한국에 가면 이명박 씨를 낙선시킬 결정적 증거가 있다는 소문을 퍼뜨려 달라고 부탁하면서 이명박 씨가 BBK의 실소유주라는 점을 입증하는 계약서를 봤다고만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또 신 씨는 “김 씨가 자신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사람이 좀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는데 김 씨가 구체적으로 누구라고 지칭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특검팀이 전했다. 신 씨의 진술은 앞으로 검찰의 기획입국 의혹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 씨는 특검에서 “김 씨와 함께 수감돼 있을 때 같은 내용으로 작성한 서로 다른 이면 계약서를 본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김 씨가 미국 구치소에 수감 중일 때 한글 이면 계약서를 위조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도곡동땅-다스 차명보유 증거 없다
이상은씨 도곡동땅 매입할 당시 자금력 충분
다스 지분변동 - BBK투자에 당선인 개입안해
지난해 검찰 수사 결과 발표 내용과 달라진 특검팀의 사실상 유일한 성과다.
특검팀은 당초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주인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게 목표”라고 예고한 대로 “이상은 씨 지분의 도곡동 땅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차명 소유가 아니라 이 씨 땅 소유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도곡동 땅 가운데 이 씨 지분이 제3자 소유로 보인다”고만 밝혔다. 당시 이 발표로 이 당선인의 도곡동 땅 차명 보유 의혹이 논란이 됐다.
그러나 특검도 도곡동 땅이 이 씨 소유라는 직접적인 증거는 찾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수사 결과 발표 때도 “도곡동 땅은 이 씨 소유인 것으로 ‘판단’된다”는 표현을 썼다.
검찰 수사 때와 달리 특검팀이 새로운 증거들을 추가로 확보한 것이 이 같은 결론에 한몫했다.
우선 이 씨가 땅을 매입하던 1985년 당시 땅을 살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특검팀은 “당시 이 씨가 경기 이천시에서 젖소를 키우는 목장을 경영하면서 소젖을 판매한 실적 자료, 이천세무서가 발행한 사업자등록증, 일본에 두부를 수출한 실적 등을 확인한 결과 도곡동 땅을 살 만큼 충분한 돈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검팀은 “땅 매입은 이 당선인의 처남 김재정 씨 주도로 추진됐다”며 “김 씨와 이 씨가 공유 등기까지 했기 때문에 제3자가 개입했다고 볼 자료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도곡동 땅이 제3자 소유라는 증거가 확인되지 않는 이상 현재의 땅 명의자인 이 씨의 소유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의 한 관계자는 “민법상으로도 땅의 소유 관계를 번복할 만한 자료가 없다면 현재의 명의자 소유라고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의 ㈜다스 차명 보유 의혹과 관련해서도 특검팀은 “다스의 지분 인수자금은 이 씨와 김 씨가 조달한 것으로 이 당선인이 다스의 지분 변동에 개입하거나 지분 인수자금을 조달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다스 측이 BBK 투자자문에 190억 원을 투자한 것도 여유 자금의 범위에서 투자한 것으로 이 당선인이 투자를 지시했다는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수사검사 ‘김경준 회유-협박’ 없었다
조사 때 변호인 입회… 신문조서 함께 읽고 서명
특검은 “검찰 수사단계에 작성된 녹음 녹화자료, 피의자 신문조서를 확인하고 변호사들을 상대로 철저히 조사했다”며 “검사가 김 씨를 회유 또는 협박했다는 것은 명백하게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설령 검사가 ‘진실을 말하고 검찰의 수사에 협조하면 정상이 참작될 수 있다’는 취지로 김 씨를 설득했다 하더라도 이를 위법한 수사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며 “미국 시민권자인 김 씨가 한국의 형사사법 체계를 잘 알지 못해 과장해서 허위 진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김 씨가 이미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 데다가 변호인들이 입회해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 후 김 씨와 같이 읽고 서명 날인해 수사 검사의 회유 협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검은 김 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나 증거수집 과정에 위법 행위가 있었다거나 검찰이 먼저 플리바기닝(형량협상)을 시도했다는 김 씨의 주장을 입증할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수사 검사와 대질하게 해 달라는 김 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해 이건행 특검보는 “누구를 소환할 때는 필요성이 인정돼야 하는 것이지 누가 불러달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마구 부르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상암 DMC 특혜분양 아니다
한독 오피스텔 건설 추진, 되레 당선인이 막아
이 당선인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를 ㈜한독산학협동단지에 특혜 분양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특검팀은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특검팀은 한독이 공급대상 적격 업체로 서울시의 규정된 절차에 따라 공급대상자로 선정됐다고 판단했다.
이 당선인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오히려 한독에 불리한 정책을 편 것으로 확인됐다. 한독이 오피스텔을 분양하려던 것을 DMC 건립 취지에 맞게 오피스로 바꾸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또 특검팀은 관계자 진술과 계좌추적 등을 통해 한독 측이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서울시 관계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한독의 이동균 전무 등 임원들이 거래처 대금을 과다 계상하는 방식으로 공금을 횡령했고 오피스텔을 아파트형 주거시설로 무단 용도 변경하는 등의 혐의가 드러났다.
특검 관계자는 “시간이 부족해 확인된 혐의를 검찰에 통보하고 수사 기록을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