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선효선 대위 ‘살신성인’

  • 입력 2008년 2월 22일 02시 56분


당직근무 아닌데도 “급한 환자 오면 불러달라”

“응급조치 내가 해야” 운동복 차림 헬기 동승

20일 육군 UH-1H 헬기 추락사고로 숨진 고 선효선(28·간호장교·사진) 대위는 사고 당일 당직근무가 아닌데도 응급조치를 자원했다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육군에 따르면 강원 홍천군 국군철정병원의 중환자 특기 간호장교인 선 대위는 19일 저녁 퇴근하면서 당직근무가 아닌데도 “급한 환자가 오면 불러 달라”는 말을 남겼다.

평소 강한 책임감으로 병원에서 신망이 두터웠던 선 대위는 이날 밤 응급 환자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복장을 챙길 겨를도 없이 운동복 차림으로 병원으로 달려가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했다고 육군은 전했다.

이후 환자가 뇌출혈을 일으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으로 긴급 이송하게 되자 선 대위는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 내가 함께 가겠다”며 헬기에 동승했다가 추락 사고로 숨을 거뒀다.

지난해 11월 출산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선 대위는 6개월 된 젖먹이 딸을 두고 떠나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국군철정병원에는 선 대위를 포함해 중환자 특기의 간호장교 2명이 근무하고 있다. 사고 당일 다른 간호장교는 대전의 모 대학병원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 중이었다.

국군철정병원 양호부장인 양해자(여) 중령은 “선 대위는 항상 밝고 명랑한 데다 모든 업무에 솔선수범했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계속 구름속… 고도 올리세요… 2000피트, 3000피트……”

헬기 사고전 조종석 대화

안개속 저고도 비행한 듯▼

20일 경기 양평군 용문산에 추락한 육군 UH-1H 헬기는 사고 직전 구름 속을 통과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육군에 따르면 추락 헬기의 조종사 신기용(44) 준위와 부조종사 황갑주(35) 준위는 용문산 상공을 통과하면서 “계기비행으로 전환하시지요”, “계속 구름 속을 지나고 있습니다”, “고도 올리세요”, “2000피트, 3000피트…(대화 끊김)” 등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화 내용은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헬기 조종석의 음성기록장치를 해독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고 육군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사고 헬기는 용문산 상공을 통과하던 중 구름이나 안개를 만나 시계(視界)가 나빠지자 고도를 올리다 산 정상 부근에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육군 관계자는 “헬기가 이륙하기 전에는 저고도 비행이 가능할 만큼 기상 상태가 좋았다”며 “비행 중 산 정상 부근에 국지적으로 발생한 구름 때문에 시계가 급격히 나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사고 헬기가 1966년에 제작된 노후 기종이지만 지난해 10월 엔진을 교체했고 이달 초 정비 검사에서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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