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10명중 8명이 사교육… 年 20조원 지출

  • 입력 2008년 2월 23일 02시 59분


이화여대 새내기들 웃음꽃 활짝22일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2008학년도 입학식에서 신입생들이 남성교수중창단의 축가를 들으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연합뉴스
이화여대 새내기들 웃음꽃 활짝
22일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2008학년도 입학식에서 신입생들이 남성교수중창단의 축가를 들으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연합뉴스
■ 정부 차원 사교육 실태 첫 조사

《한국의 초중고교생들은 1주일에 10시간 이상 사(私)교육을 받으며 1인당 월평균 29만 원 정도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사교육을 가장 많이 받는 과목은 수학이지만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과목은 영어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 편차도 커 서울에 사는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35만2000원으로 읍면 지역(18만2000원)의 약 2배 수준이었다.》

통계청이 22일 내놓은 ‘사교육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초중고교생의 전체 사교육비 지출 규모는 20조400억 원으로 2007년 국가 예산(238조4000억 원)의 8.4%였다.

정부 차원에서 사교육비 실태를 조사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는 전국 초중고교 272곳의 학부모 3만4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7, 10월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됐다.

○초등학생이 가장 많이 받아

조사 대상 학생 중 사교육을 받는 학생은 77.0%였고, 이 학생들의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28만8000원이었다. 초등학생의 88.8%가 사교육을 받고 있었고 중학교, 고등학교 등 상급 학교로 진학할수록 줄었다.

초중고교생의 전체 사교육비 예산 중 초등학생의 사교육비가 10조2100억 원으로 절반이 넘었으며 중학생이 5조6120억 원, 고교생이 4조2180억 원을 각각 차지했다.

상급 학교 학생은 교과 과목에만 치중하지만 초등학생은 취미활동을 위해 학원에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1인당 월 사교육비는 고교생(35만9000원)이 가장 많았으며 초등학생(25만6000원)이 가장 적게 들었다.

과목별로는 수학 과외를 받는 학생의 비율이 58.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영어(55.6%) 국어(39.3%) 사회 및 과학(25.6%) 제2외국어·한문·컴퓨터(14.9%) 논술(10.8%) 순이었다. 반면 학원 수강, 개인과외 등으로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과목은 영어로 1인당 월평균 12만2000원을 지출하고 있었다. 수학 과외비는 월 9만8000원, 논술은 7만4000원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인 국어 과외에 드는 비용(5만7000원)보다 비쌌다.

○부모 학력 높을수록 사교육 의존

부모가 중학교 졸업 학력인 자녀의 사교육 이용률은 50%대인 데 비해 대졸 이상 학부모들은 90% 가까이 사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또 어머니가 중졸인 자녀는 사교육비에 매달 20만7000원을 쓰는 데 비해 대졸 어머니를 둔 자녀는 31만1000원 정도를 썼다.

월 소득이 700만 원 이상인 고소득 가구의 자녀는 94%가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들 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50만 원으로 월 소득이 100만 원 미만 저소득 가구 자녀 사교육비(14만3000원)의 3.5배 수준이었다.

○“그냥 불안해서 과외 받아요”

정규 교과목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14%가 ‘불안심리 때문에 받는다’고 답했다. 수강 목적은 ‘선행학습(31.8%)’이 가장 많았지만 적지 않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남들도 하는데…’ 하는 불안감 때문에 사교육을 받는 셈이다.

또 성적이 상위 10%에 드는 학생의 89%가 사교육을 받는 반면 하위 20%에 속하는 학생은 51.2%만이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종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사교육 시장이 공부를 잘하는 학생 중심으로 이뤄져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위한 서비스가 되지 못하는 면이 있다”며 “방과 후 맞춤형 보충학습을 실시하는 등 공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