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초중고교생들은 1주일에 10시간 이상 사(私)교육을 받으며 1인당 월평균 29만 원 정도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사교육을 가장 많이 받는 과목은 수학이지만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과목은 영어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 편차도 커 서울에 사는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35만2000원으로 읍면 지역(18만2000원)의 약 2배 수준이었다.》
통계청이 22일 내놓은 ‘사교육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초중고교생의 전체 사교육비 지출 규모는 20조400억 원으로 2007년 국가 예산(238조4000억 원)의 8.4%였다.
정부 차원에서 사교육비 실태를 조사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는 전국 초중고교 272곳의 학부모 3만4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7, 10월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됐다.
○초등학생이 가장 많이 받아
조사 대상 학생 중 사교육을 받는 학생은 77.0%였고, 이 학생들의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28만8000원이었다. 초등학생의 88.8%가 사교육을 받고 있었고 중학교, 고등학교 등 상급 학교로 진학할수록 줄었다.
초중고교생의 전체 사교육비 예산 중 초등학생의 사교육비가 10조2100억 원으로 절반이 넘었으며 중학생이 5조6120억 원, 고교생이 4조2180억 원을 각각 차지했다.
상급 학교 학생은 교과 과목에만 치중하지만 초등학생은 취미활동을 위해 학원에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1인당 월 사교육비는 고교생(35만9000원)이 가장 많았으며 초등학생(25만6000원)이 가장 적게 들었다.
과목별로는 수학 과외를 받는 학생의 비율이 58.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영어(55.6%) 국어(39.3%) 사회 및 과학(25.6%) 제2외국어·한문·컴퓨터(14.9%) 논술(10.8%) 순이었다. 반면 학원 수강, 개인과외 등으로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과목은 영어로 1인당 월평균 12만2000원을 지출하고 있었다. 수학 과외비는 월 9만8000원, 논술은 7만4000원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인 국어 과외에 드는 비용(5만7000원)보다 비쌌다.
○부모 학력 높을수록 사교육 의존
부모가 중학교 졸업 학력인 자녀의 사교육 이용률은 50%대인 데 비해 대졸 이상 학부모들은 90% 가까이 사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또 어머니가 중졸인 자녀는 사교육비에 매달 20만7000원을 쓰는 데 비해 대졸 어머니를 둔 자녀는 31만1000원 정도를 썼다.
월 소득이 700만 원 이상인 고소득 가구의 자녀는 94%가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들 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50만 원으로 월 소득이 100만 원 미만 저소득 가구 자녀 사교육비(14만3000원)의 3.5배 수준이었다.
○“그냥 불안해서 과외 받아요”
정규 교과목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14%가 ‘불안심리 때문에 받는다’고 답했다. 수강 목적은 ‘선행학습(31.8%)’이 가장 많았지만 적지 않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남들도 하는데…’ 하는 불안감 때문에 사교육을 받는 셈이다.
또 성적이 상위 10%에 드는 학생의 89%가 사교육을 받는 반면 하위 20%에 속하는 학생은 51.2%만이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종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사교육 시장이 공부를 잘하는 학생 중심으로 이뤄져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위한 서비스가 되지 못하는 면이 있다”며 “방과 후 맞춤형 보충학습을 실시하는 등 공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