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회사에 다니는 친한 한국인 친구가 외국인이 휴대전화를 개통하려면 반드시 한국의 은행에서 발급된 신용카드가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느 곳에 연락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서울시가 지난달 23일 외국인을 대상으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설립한 서울글로벌센터. 개관한 지 한 달을 맞는 서울글로벌센터 홈페이지에는 이 같은 외국인의 민원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온다.
민원의 상당수는 한국 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아직도 갈 길이 먼 ‘글로벌 코리아’의 현실을 보여준다.
○ 출입국-거주환경 불편 호소
22일 서울글로벌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이곳에서 방문 상담을 한 외국인은 2487명에 이른다. 주말과 설 연휴를 제외하면 하루 평균 138명의 외국인이 찾아와 각종 불편을 호소한 셈이다.
방문객 중에는 비자체류 기간과 비자 취득 및 연장 요건, 공항 출입국 서비스 등 출입국 관련 제도가 불편하다며 상담한 외국인이 47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한국어 강좌를 문의(446명)하거나 국제결혼신고 등을 포함한 각종 생활상담(399명)도 줄을 이었다.
최근에는 신용카드 발급과 함께 휴대전화 개통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 국내 은행과 이동통신사가 외국인에 대해서는 신분 확인과 연대보증 등 까다로운 발급조건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센터는 최근 외환은행, LG텔레콤과 각각 연계해 자격 조건을 일부 완화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다.
KOTRA가 지난해 실시한 외국인 생활환경 조사에서도 △높은 학비 △의료진의 언어 문제 △난폭운전과 교통법규 미준수 △높은 주택 임차료 △비자 체류기간 △외국인 전용 라인이 부족한 출입국 서비스 등이 불만족스러운 항목으로 꼽혔다.
○ ‘투자 매력도’ 47개국 중 24위
이는 불편한 거주환경이 외국인의 투자 확대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을 새 정부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글로벌경영컨설팅회사인 AT커니의 지난해 해외직접투자(FDI) 매력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47개국 가운데 24위에 그쳤다. 한국의 순위는 2003년부터 지속적으로 추락하고 있다. 이는 조세와 노사, 입지, 지적재산권 보호 등 경제 요인 외에도 교육과 주거, 언어 등 거주환경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관계자는 “외국인이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요소는 수익을 낼 수 있느냐 여부이지만 기본적인 의식주와 자녀 교육 및 의료 등 생활환경 요인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