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발생한 대구지하철 2호선 만촌역 변전소 전력차단기 화재로 2호선 전동차 운행이 1시간 반가량 전면 중단된 사고는 지하철 주요 시설에 대한 관리 및 운영이 허술해 빚어진 인재(人災)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와 대구지하철공사에 따르면 이번 사태를 초래한 만촌역 변전소 전력차단기는 대구지하철 2호선 전동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주요 시설이나 이 시설을 점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전문 직원은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촌역 등 2호선 역사에 설치된 변전소 9곳은 경비 절감을 위해 지하철이 개통된 2005년 10월부터 모두 무인관리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구지하철 1호선 각 역사에 설치된 변전소 10곳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1999년 6월부터 유인관리 시스템에서 무인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또 지하철공사 측이 사고가 난 만촌역 변전소 등에 대한 종합점검을 3개월 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시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수박 겉핥기 식 점검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만촌역 등 2호선 26개 역사 가운데 12곳은 지하철공사 측이 운영비 절감을 위해 민간업체에 역사 관리와 운영을 위탁하고 있어 위기상황 발생 때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이번 변전소 화재 사고 발생 후 만촌역사에 배치된 민간 회사의 직원들은 지하철공사 직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변전소 내 화재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또 지하철공사도 사고 발생 1시간이 지난 후에야 소방당국에 신고하는 등 안이하게 대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철공사 측은 전력시설 응급 복구에 매달리는 바람에 소방당국에 사고 사실을 통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가 일어난 만촌역에 근무 중인 용역업체 직원들은 대부분 근무경력 3년 미만의 계약직 직원들로 전문성과 업무 경험이 부족해 위기상황 대응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지하철공사 측이 직접 운영하는 다른 역사에는 경력 10년 이상의 직원이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구보건대 최영상(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지하철 변전소 등 주요 시설은 불이 난 뒤 초동 조치가 재빨리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형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문 인력을 고정 배치할 필요가 있다”며 “지하철 주요 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및 위기대응 시스템도 이번 기회에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 수성경찰서는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전기안전공사와 합동으로 사고 현장에 대한 정밀감식을 실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력차단기의 발화 원인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며 “지하철공사 관계자를 불러 전력시설 관리 실태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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