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인사청탁 직원 100명에 경고장

  • 입력 2008년 3월 3일 03시 00분


“○○○ 귀하. 귀하는 우리 회사 내부 전자시스템으로도 업무 고충과 근무지 이동, 승진에 대해 건의를 할 수 있음에도 외부에 청탁을 해 인사 질서를 어지럽혔습니다.”

농협중앙회 직원 A 씨는 지난달 22일경 회사로부터 이런 내용의 편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지방 근무를 마치고 수도권으로 가고 싶어 평소 알고 지내던 한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힘 좀 써 달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농협중앙회는 1월부터 지난달 16일까지 전체 직원 1만6000여 명 중 1800여 명에 대한 승진, 전보 인사를 한 뒤 그 과정에서 인사 청탁을 한 직원 100여 명에게 지난달 20일을 전후해 ‘경고장’을 보냈다.

농협중앙회의 이번 조치는 지난해 12월 취임한 최원병 회장이 틈날 때마다 “인사 청탁 관행을 없애야 한다. 청탁할 것이 아니라 본인이 승진하거나 부서를 옮겨야 하는 이유를 당당하게 상사에게 써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시작됐다. 이 같은 경고와 제도 보완에도 불구하고 인사 과정에서 최 회장은 50여 건의 청탁을 받았다. 청탁의 대부분은 정관계 등 외부에서 왔다. 지역구 국회의원과 보좌관이 많았으며, 농수산식품부 등 정부기관 간부도 있었다. 인사 후 최 회장은 김일헌 인력개발부장을 불러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했고 결국 김 부장이 전 경영진에 “외부청탁을 받은 게 있으면 알려 달라”고 요청해 총 100여 명의 ‘청탁자 명단’이 만들어진 것.

농협중앙회는 이번에 경고장을 받은 직원에게는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을 계획. 하지만 명단은 보관하면서 상습적으로 인사 청탁을 하는 직원을 가려낼 방침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