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문화&사람]<16>원강우주지구박물관 천영덕 관장

  • 입력 2008년 3월 3일 03시 00분


천영덕 관장이 자신이 수집한 광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화가인 그는 30여 년간 운석 화석 등 광물 2만여 점을 모아 지난해 1월 경기 용인시에 원강우주지구박물관을 열었다. 김재명  기자
천영덕 관장이 자신이 수집한 광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화가인 그는 30여 년간 운석 화석 등 광물 2만여 점을 모아 지난해 1월 경기 용인시에 원강우주지구박물관을 열었다. 김재명 기자
《“200m 높이의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하얀 모래밭 위에 검은 점이 보여. 바로 그게 운석이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운석을 찾던 20여 년 전의 상황을 설명하며 천영덕(57) 관장은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당시에 찾은 65kg짜리 운석은 경기 용인시 수지구 원강우주지구박물관 1층에 있다. 이곳에는 천 관장이 세계 각지를 돌며 모은 광물 2만여 점 중 1000여 점을 전시해 놓았다.》

○ 사하라 사막에서 남극까지

원강우주지구박물관은 맛집이 많기로 유명한 고기리유원지에 있다. 5600m² 규모의 땅에 1600m² 크기의 2층 건물로 지었다. 개인이 운영하는 박물관 치고는 큰 편이다.

본관 1층에 들어서면 대형 운석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가로 40cm, 세로 30cm에 무게가 65kg. 천 관장이 사하라 사막에서 발견했다.

당시 그는 사막을 수색하기 위해 4륜 구동 차량에 200∼300m 길이의 줄과 낙하산을 연결한 뒤 공중에서 운석을 찾았다. 요즘 휴양지에서 쉽게 보는 패러세일링의 원조인 셈.

1990년대 초반에는 남극을 두 번 다녀왔다.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수천, 수만 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운석을 찾기 위해서다.

이렇게 30여 년 동안 200여 개 국가를 돌아다니며 운석과 보석 8000여 점을 모았다. 1200캐럿이 넘는 토파즈를 비롯해 에메랄드 자수정 사파이어 같은 보석의 원석이 포함돼 있다. 공룡알 암모나이트 삼엽충 같은 화석 1만2000여 점도 있다.

수집품 2만여 점은 대부분 충남 부여의 개인 수장고에 보관한다. 이 가운데 1000여 점만 박물관에 전시했다. 1년에 2, 3번씩 전시 품목을 교체한다.

2층은 과학놀이 체험관이다. 파도가 생기는 과정, 빛과 소리의 변화 같은 자연현상부터 영화 제작 과정, 자동차 및 라디오의 원리를 소개한다. 어린이가 직접 작동해 볼 수 있다.

박물관 마당에는 이른바 ‘우주탐사차량’ 50여 대가 있다. 천 관장이 설계한 뒤 중고 차량과 농기계를 개조해 만든 것이다.

박물관 입구의 KBS 도전지구탐험대관에는 연예인이 오지체험을 하고 받아온 현지 기념품을 모았다.

○ 본업은 우주 그리는 화가

천 관장의 원래 직업은 화가다.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30년이 넘는 경력에 국내외 초대전만 40회가 넘은 중견화가다.

그의 작품은 모두 ‘우주’를 다루고 있다. ‘우주의 빛과 물방울’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천 관장은 “어렸을 때부터 별과 하늘에 관심이 많았다”며 “우주를 이루는 빛과 어둠이 지구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캔버스에 옮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1970년대 후반 칠레에서 초대전을 연 뒤 현지 주민과 함께 아마존 관광에 나섰다. 우연히 들른 원주민의 집에서 문지방으로 사용 중인 고대 물고기 화석을 발견했다.

천 관장은 “호기심에서 손목시계를 주고 가져왔다”며 “그때부터 내가 (광물에) 미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화가와 수집가라는 두 가지 활동을 병행했다. 그림으로 돈을 벌면 광물 수집에 쏟았다. 비슷한 광물이 여러 개 있으면 경매에서 되파는 방식으로 자금을 모았다. 지금까지 투자한 돈만 어림잡아 수백억 원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수집품을 전시하기 위한 박물관을 세우기로 하고 1999년 첫 삽을 떴다.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5년간 공사를 했다.

부대시설을 조성하고 체험 기구를 제작하는 데 3년 가까이 시간이 걸려 결국 지난해 1월에야 정식으로 개관했다.

천 관장은 “돈 벌 생각이었으면 시작도 안 했다”며 “이왕 세상에 태어나 좋은 일, 보람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모두 내 손으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돈도 안 되는데 자식한테 주면 뭐 하겠느냐”며 “언젠가 때가 되면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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