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에서 맹독성 화학물질인 페놀이 검출돼 생활용수 취수가 한때 중단됐다. 이 사고로 경북 구미시와 칠곡군의 2만 가구에 수돗물이 10시간가량 끊겨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자 일부 식당들은 예약을 취소하기도 했다. 대구와 경북의 주요 상수도 취수원인 낙동강에서 페놀이 검출된 것은 1991년 3월 이후 17년 만이다.》
▽사고 발생=한국수자원공사 구미권관리단에 따르면 2일 오전 5시 50분 경 구미시 고아읍 괴평리 낙동강에서 페놀이 L당 0.001mg 검출됐다.
오전 10시 20분경에는 해평면 구미광역취수장의 취수구에서 페놀이 기준치(L당0.005mg)를 초과했다.
수자원공사는 오전 10시 45분부터 구미시와 칠곡군 일대의 상수도 공급을 중단한 뒤 경북 안동의 임하댐과 안동댐 방류량을 늘려 페놀 농도를 떨어뜨렸다.
수돗물 공급은 페놀 농도가 기준치 아래로 떨어진 오후 3시 반부터 부분적으로 재개됐고 오후 10시경 완전히 정상화됐다.
대구 달서구의 김모(37) 씨는 “낙동강이 영남권의 제일 중요한 취수원인데 해마다 사고가 되풀이돼 주민들이 불안해한다.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미시 진평동에서 식당을 하는 최모(52) 씨는 “낮 12시경 갑자기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영업을 하지 못했다”며 “페놀오염 사고가 생각나서 걱정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환경부는 “페놀 농도가 취수중단 기준(L당 0.02mg)에 미치지 않았지만 안전을 위해 취수를 중단했다. 페놀 원액이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출 원인=1일 오전 경북 김천 코오롱유화 공장(페놀수지 제조)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페놀 찌꺼기가 낙동강에 유입된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이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는 낙동강 지류인 감천을 통해 낙동강으로 이어진다. 구미광역취수장과는 33km가량 떨어졌다.
구미광역취수장은 수돗물용 생활용수를 하루에 15만5000여 t 생산해 구미시와 칠곡군의 36만 명에게 공급한다.
수자원공사는 코오롱유화 공장에서 불이 나자 낙동강에 페놀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비상근무를 하던 중이었다.
대구시는 달성군 다사읍 매곡취수장에서 페놀이 검출될 경우 즉시 취수를 중단하고 다른 정수장에서 나오는 수돗물을 공급할 방침이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코오롱유화 공장과 소방당국을 대상으로 페놀이 유출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1일 김천 코오롱유화 공장에서 폭발과 함께 발생한 불로 작업 중이던 김모(35) 씨 등 2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불은 3층 건물을 모두 태운 뒤 오전 7시 반경 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