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토론해 봅시다]바이오 연료 사용 득일까? 실일까?

  • 입력 2008년 3월 3일 03시 03분


석유대체 연료개발 시급 vs 곡물수요-가격 폭등 우려

○ 배경

곡물가 인상에 관한 뉴스가 연일 보도되면서 세계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달러화 약세로 실물자산을 선호하는 투기 자본까지 합세하여 석유류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밀, 콩,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다.

곡물 가격 인상의 근본 이유는 에너지용, 식용, 사료용으로 쓰이는 곡물의 소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파나 가뭄으로 일부 지역의 생산량이 줄어들기도 하였다. 또 각 나라가 자국 내 곡물 수요가 증가하자 곡물이 국외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자국 곡물에 수출 관세를 물리는 등 식량민족주의까지 더해져 곡물의 공급 부족을 초래한 것도 원인이다.

한편, 세계 여러 국가는 바이오 연료 개발과 사용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면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6년 7월 아시아 최초로 바이오 연료 상용화에 나서는 등 정책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바이오 연료란 옥수수, 사탕수수, 유채 등에서 디젤 연료로 사용 가능한 에탄올을 추출한 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대체에너지로 개발된 것을 말한다. 그러나 바이오 연료가 과연 친환경적인가에 대한 논쟁이 있고, 바이오 연료가 곡물 가격 인상과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 가격이 전체 물가상승을 이끄는 현상)의 주범으로 인식되면서 그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찬성 논거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가 넘어선 현실에서 석유를 대체할 만한 바이오 연료 개발은 국가 경제를 위해서 필요하다. 원유를 전량 수입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디젤과 유사하게 사용될 수 있는 바이오 디젤의 개발과 상용화에 앞서 나가는 것이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당장은 곡물 가격 수급에 따라 일시적으로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볼 때는 석유류를 대체할 수 있는 사회·문화·기술적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

환경적으로도 바이오 연료는 경유와 달리 미생물 분해 방식이므로 독성이 없고 기타 배출물이 현저하게 적다.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로 발생하는 여러 환경적인 재앙을 예방하는 방편도 된다.

▶반대 논거

그렇지 않아도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 폭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럴 때 바이오 연료를 만들기 위한 곡물의 수요마저도 급격히 높아진다면 곡물 가격 폭등은 물론 식량자원이 부족해지는 현상마저 초래될 수 있다.

곡물가가 폭등함에 따라 식량 민족주의가 초래되기도 한다. 또 식량 부족으로 저소득층의 기아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것이다. 현실적으로 볼 때도 바이오 연료를 개발하고 사용하는 데 지출되는 경제적 비용은 석유류를 소비할 때보다 높다. 바이오 연료 사용은 결과적으로 식량자원의 수급 불안을 초래할 것이다.

바이오 연료 사용이 친환경적이라는 주장에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바이오 연료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총환경비용은 화석연료보다 더 큰 경우가 많다.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더 많은 농지와 식량 작물이 사용됨에 따라 더 많은 경작지를 확보하기 위해 아마존 유역 등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기 때문이다.

○ 핵심 찌르기

식량과 자원의 위기 시대이다. 주요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는 현실에서 어떻게 식량과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국가 발전의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미시적인 경제 논리와 비교 우위론에 매몰될 것이 아니다. 미래 사회에 전개될 ‘자원 안보’라는, 좀 더 거시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힌다.

한편, 바이오 연료를 국제 역학 관계라는 틀에서 해석할 수도 있다. 식량과 자원이 특정 국가들에 편중된 현실과, 세계적 역학 관계 때문에 자원 가격이 왜곡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 때문에 곡물 가격이 통제되고 때론 왜곡된다는 시각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의 오를레앙시는 현실 속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오를레앙시는 바이오 연료를 확보하기 위해 세계 자본시장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는 곡물을 수입하는 체제에서 벗어났다. 그 대신 도시 전체에 유채를 심어 도시 미관을 아름답게 하는 동시에 바이오 연료의 주원료로 삼으려 하는 것이다.

○ 논술 쓰기

간단히 ‘선과 악의 대결’로만 재단할 수 없는 일들이 현실에는 많다. 선과 차선, 악과 차악의 논쟁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애그플레이션’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에너지, 식량과 같은 자원 확보는 미래에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관건이다. 국제 자본이 형성한 신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의해 자원가격이 왜곡되고 있는지도 살펴볼 일이다.

○ 관련 문제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적으로 많은 비용이 초래되어 경제성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투자를 증가시켜야 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쓰시오.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디젤 가격을 인상해야 하지만, 이로 인해 서민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 우려된다. 이 경우에도 디젤 가격을 인상해야 할 것인지 자신의 견해를 밝히시오.

[건국대 2005년 수시 2학기 논술]

권윤호 경기 용인 풍덕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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