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태안 군민 ‘삼성重 1000억 출연’ 반발

  • 입력 2008년 3월 3일 06시 04분


“피해 작은 여수 시프린스호 때와 비슷… 주민 정서 몰라”

“1조 원도 아니고 1000억 원요? 말도 안 됩니다.”

삼성중공업이 지난달 말 내놓은 1000억 원 출연을 골자로 한 기름 유출 사고 대책에 대해 충남 태안군민들은 “턱 없이 미흡하고 주민을 우롱하는 조치”라며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반발하고 있다.

원유유출 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서산수협 이원재(55) 조합장은 “피해 마을과 자매결연이나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지원, 생태계 복원작업 참여는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지역발전기금으로 1000억 원을 내놓겠다는 것은 주민 정서를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수산분야 피해대책위 전완수(45) 사무국장은 “1년에 1조 원씩 적어도 5년간 지역발전기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중공업이 휴양소를 짓기보다 에버랜드 같은 대규모 위락시설을 만들어 침체된 지역 관광산업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태안군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삼성이 약속한 금액은 피해 규모가 훨씬 작은 전남 여수 시프린스호 사고 때와 비슷한 규모”라고 지적했다.

한 누리꾼도 “현재 거론되는 피해 규모를 감안하면 최소 1조5000억 원은 돼야 한다”며 “설마 삼성이 코미디를 하자는 것은 아니지요”라고 꼬집었다.

이완구 충남지사도 삼성중공업 측이 제시한 종합대책에 대해 “태안 주민들은 삼성중공업의 무한 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대책은 수용하기 어렵다”며 대책보고서 수령을 거부했다.

한편 태안 지역에 구성돼 있는 각종 지역대책위 관계자 30여 명은 통합 대책기구인 ‘유류피해 태안군 연합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연합대책위는 앞으로 단일화된 주민 대표기구로서 신속한 피해 복구와 배상 등을 위해 정부나 보험사와의 협상에 체계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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