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거장마다 공연-전시장-카페 들어서
연말에 완공될 서울 지하철 9호선 정거장이 친환경·문화 정거장으로 건설된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9호선 1단계 지하 정거장 24곳 중 본동역(918)과 흑석역(919) 정거장 등 2곳을 녹지와 물이 어우러진 친환경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공간이 좁은 신반포역(922)을 제외하고 나머지 23개 정거장에는 공연장이나 전시장, 인터넷카페 등 시민을 위한 문화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 지하 정거장에 녹지 공간 조성
본동역과 흑석역 지하 정거장에 생태 공간을 만드는 작업에는 서울시를 비롯해 상명여대, 환경부 등 생태 및 조경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기술연구원은 차세대 핵심 환경기술개발사업의 하나로 ‘지하철 역사 내 녹화시스템 기법’을 개발하기로 하고 이에 대한 용역을 상명여대 연구팀에 의뢰했다.
상명여대 연구팀은 공간 조성 방법, 식재 수종, 조성 면적에 대해 구체적으로 연구하는 중이다.
서울시는 연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지하 정거장 생태 공간 조성 추진 계획을 수립하고 하반기 중 착공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은 삭막하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삶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본동역과 흑석역을 고른 이유는 지붕 쪽에 유리로 된 창이 나 있기 때문. 천장이 막힌 다른 역에 비해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채광이나 환기가 유리하다.
○ 문화가 살아 숨쉬는 정거장 건설
서울시는 신반포역을 제외한 23개 정거장에 공연장 7개, 전시장 7개, 인터넷카페 5개 등 문화공간 29개를 만든다.
방화역(904) 마곡역(905) 목동입구역(911) 여의교역(916) 동작역(920) 고속터미널역(923)등 6개 역에는 2개 이상의 문화시설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이 중 여유 공간이 넓고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몇몇 역은 다른 역과 차별화된 특화 공간으로 개발할 방침이다.
우선 교보문고 강남점과 가까운 교보생명역(925) 정거장에는 ‘출판광장’을 만들 계획이다. 단순히 책을 나열하지 않고 다양한 디자인의 책장에 주제별로 책을 배열한다.
목동입구역에는 조각전시장을 만든다. 지하 1층 531.47m²에는 조각전시장이, 지하 2층 132.73m²에는 대형 설치미술을 전시하는 가변형 전시장이 들어선다.
여의교역 공연장 지하 2층에는 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팀의 조언을 받아 218석의 객석을 갖춘 콘서트홀을 만든다. 지하 1층은 전시장으로 활용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완공을 끝내고 내년 상반기 중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되면 시민이 어느 역에 내려도 공연이나 전시회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