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업체가 개발한 ‘8면취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공정기술이 중국 업체로 유출돼 1조 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하게 됐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검사 김현호)는 5일 ‘8면취 PDP’ 생산공장 건설 기술을 중국의 COC사에 넘긴 혐의(영업비밀 누설)로 LG전자 전 생산기술그룹장 정모(49) 씨를 구속 기소했다.
또 전 LG전자 직원 임모(44·건축업) 씨와 LG전자 박모(41) 차장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2005년 7월 LG전자에서 퇴직하기 직전 8면취 PDP 공장의 장비 배치도와 생산설비에 대한 컴퓨터 파일 1182개를 몰래 외장형 하드디스크에 담아 가지고 나왔다.
정 씨는 이어 지난해 2월 30만 달러의 연봉과 아파트, 자동차 등을 받는 조건으로 중국 COC사 기술고문을 맡은 뒤 자신이 빼낸 자료를 COC사에 넘겨줬다.
정 씨는 또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박 씨에게서 e메일로 받은 공장의 전력설계 자료와 지난달 임 씨에게서 CD로 받은 공장 건축 설계도를 함께 COC사에 넘겼다.
검찰 조사 결과 정 씨는 지난해 2월부터 COC사로부터 30만 달러를 받고 공사현장이 있는 쓰촨(四川) 성에서 생활하며 직접 현장에서 기술자문에 응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잠시 귀국했다 지난달 22일 생산 장비 설치에 대한 자문에 응하기 위해 중국으로 출국하려던 정 씨는 출국 예정 사흘 전인 19일 검찰에 체포됐다.
정 씨가 넘겨준 8면취 공법은 유리 원판 한 장을 잘라내 8장의 PDP를 뽑아내는 기술로 생산성과 직결되는 핵심 기술이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 최초로 8면취 공법으로 PDP 생산을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이 공법을 갖고 있는 업체는 LG전자와 삼성SDI, 일본 마쓰시타 등 3개사에 불과하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기술 유출로 앞으로 3년 동안 시장점유율과 가격 하락에 따른 매출액 손실이 약 1조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COC사는 중국 최대 TV 제조업체인 창홍사가 만든 디스플레이 업체로 원천기술 확보 차원에서 2006년 국내 기업인 오리온PDP를 인수했다. COC사는 다(多)면취 공정기술로 제품을 양산한 적이 전혀 없었지만, 정 씨 등의 도움으로 올 12월부터 8면취 공정의 PDP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