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라면 밤을 새워 가며 읽는 바람에 제발 잠 좀 자라는 말에 화를 내기까지 하던 아이가 얼마 전부터 판타지 만화책만 찾고 있다. 좀 심하다 싶어 만화 책 좀 그만 보라고 꾸중했더니 아이는 학교에서 필독 도서를 읽으라고 했는데 그게 너무 재미없어서 만화책을 읽는다고 했다. 아무리 필독 도서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재미없으면 읽지 말라고 하자 그걸 읽고 독후감을 써서 이번 주에 내야 한다고 했다.
음식도 그렇고 취미도 그렇듯 남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내가 싫으면 헛일이다. 독후감을 쓰는 훈련이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자칫 특정 책에 대해 대체로 정해진 느낌을 적도록 하는 독후감 훈련은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아이들의 자유로운 독서를 막는 독후감 숙제를 좀 줄여주면 어떨까.
정경안 주부· 경기 의정부시 산곡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