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기 검찰 중립-현장稅政 노력 평가

  • 입력 2008년 3월 8일 02시 52분


“한미 FTA 마무리” 김종훈 본부장 사표도 반려

■ ‘빅4’ 권력기관장 중 2명 유임

새 정부 차관급 외청장 인사의 하이라이트였던 검찰총장, 국세청장 인사는 7일 결국 현 기관장이 유임되는 것으로 정리됐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여권에서는 검찰총장, 국세청장의 임기에 상관없이 정권 교체의 상징성을 고려해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 대통령은 일단 유임시키는 쪽을 택했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지난해 11월 취임한 뒤 ‘BBK 사건’ 수사 등을 지휘하며 정권 교체기에 검찰의 중립성을 유지하는 데 노력했다는 게 청와대 측의 평가다.

이에 앞서 인사가 결정된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같은 경남 남해 출신으로 새 정부의 핵심 사정-정보 기관장이 영남 동향(同鄕) 인사로 포진된다는 점이 유임 결정을 늦어지게 만든 변수 중 하나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임된 한상률 국세청장은 지난해 11월 ‘정윤재 게이트’로 구속된 전군표 전 청장의 뒤를 이은 정통 세무 관료로 새 정부의 경제 살리기 프로그램에 맞춰 세무조사 운영 방식 개선 등의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1월에는 대한상공회의소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관계자들과 만나 ‘현장 세정(稅政)’을 펴기도 했다.

▽과거 정권 교체와 검찰총장 국세청장 거취=검찰총장 임기제(2년)가 도입된 뒤 배출된 15명의 총장 중 임기를 마친 이는 40%인 6명에 그쳤다.

특히 정권 말기에 임명된 총장은 새 정부 출범 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모두 물러났다. 김대중 정부 말인 2002년 11월 임명된 김각영 전 총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당시 노 대통령이 “김대중 정권에서 구성된 검찰 지휘부를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말한 뒤 사표를 제출했다.

한상률 청장은 역대 국세청장 가운데 정권이 바뀌고도 유임된 흔치 않은 경우다. 국세청장은 법에 정해진 임기가 없기 때문에 정권 교체 후 경질되곤 했다.

김영삼 정부 출범 때는 추경석 전 청장이 사표를 냈다가 반려돼 연임됐지만 김대중 정권 출범 때는 이건춘 전 청장, 노무현 정부에서는 이용섭 전 청장이 새로 임명됐다.

노태우 정부에서 임명돼 김영삼 정부에도 재직했던 추 전 청장은 사표를 내고 김영삼 정부에서 다시 임명되는 방식으로 ‘사실상 유임’된 바 있다. 엄격하게는 유임이 아니라 재임명이었다.

▽여전히 건재한 다른 청장 차관급=전상우 특허청장은 4월 말에 임기가 끝나 그 뒤 후임 인선을 발표하기로 했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2월 노무현 정부 임기 말에 임명될 당시 이명박 대통령 측과 사실상 조율을 거쳤기 때문에 애초부터 교체 대상이 아니었다.

장관급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사표가 반려된 것도 눈에 띈다.

청와대 측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양국 의회를 아직 통과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미 FTA를 마무리해달라는 차원에서 유임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이 협상 과정에서 한국 측 수석대표였고 미국 관계자에게도 비교적 좋은 인상을 남겨 별다른 비토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인사 대상은 아니지만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에 임명된 박종구 전 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도 지난 정부 관료 중 새 정부 요직에 기용된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막내 동생인 그는 1월 말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그의 이력서를 살피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이재훈 산업자원부 2차관은 새 정부에서 위상이 강화된 지식경제부 2차관을 맡게 됐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외청장 차관급 인사

체신부서 시작… 감사 실무부서 섭렵

남일호 감사원 사무총장

주로 실무 감사부서를 돌며 ‘온화한 리더십’을 발휘해 온 정통 감사인. 행정고시 23회로 1981년 체신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983년 감사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 특별조사국장, 전략감사본부장, 기획홍보본부관리실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관리 실태’, 황우석 교수 사건이 포함된 ‘국가연구개발 지원관리 실태’ 등 민감한 감사를 무리 없이 지휘했다. 조용한 성품으로 ‘큰 소리’ 없이 감사팀을 이끄는 지휘력이 뛰어나다는 평.

△경북 안동(54) △안동고, 고려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행정학 석사 △감사원 제2사무차장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한국형 헬기사업 등 무리없이 추진

양치규 방위사업청장

중령 시절부터 육군 무기체계과에서 방위사업 관련 경험을 쌓았고 장군으로 진급한 뒤 국방부의 통신 감청용 정찰기 도입사업인 백두사업과 한국형 헬기(KHP) 사업 등 굵직한 사업들을 추진했다. 방위사업청 KHP사업단 체계관리부장일 때 정치권 인사들이 사업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자 서울 에어쇼 행사 때 헬기 모형을 전시하는 아이디어를 내는 등 적극성을 발휘했다. 치밀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방위사업 업무에 적격이라는 평.

△제주(58) △육사 29기 △국방부 백두사업단장 △32사단장 △육본 기획관리참모부장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국립중앙박물관 용산 이전 지휘

이건무 문화재청장

청동기 문명에 정통한 고고학자다. 1973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출발해 학예연구실장, 고고부장을 거쳤다. 2003∼2006년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재직하면서 2005년 박물관의 용산 이전 개관을 이끌었다. 국립중앙박물관장직에서 물러난 뒤 용인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1월에 한국고고학회장에 취임했다. 강직한 성격에 꼼꼼한 업무 스타일로 유명하다.

△서울(61) △삼선고, 서울대 고고인류학과, 한양대 대학원 석사, 고려대 대학원 박사 △국립광주박물관장 △국립중앙박물관장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식품 - 의약품 관련 연구 논문 100여편

윤여표 식품의약품안전청장

국내에서 흔치 않은 독성학 전문가다. 지난해 국립독성과학원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식품과 환경에 존재하는 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해를 분석한 논문 100여 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했을 정도로 왕성한 연구 활동을 펼쳐 왔다. 1986년부터 줄곧 충북대 약대 교수로 재직해 왔으며 2005년 7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식약청 자문위원을 지내며 식약청과 첫 인연을 맺었다.

△충남 논산(52) △서울대 약학과 및 서울대 약학박사 △대한약학회 부회장 △충북대 약품자원개발연구소 소장 △충북대 약대 학장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 부회장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동사무소 → 주민센터’ 개편 앞장

강병규 소청심사위원장

행정고시 21회 출신으로 손꼽히는 지방행정 전문가다. 행정안전부 차관 물망에 1순위로 올랐으나 경북 출신인 원세훈 장관과 고향이 겹쳐 기용되지 못했다. 5공화국 당시 ‘아웅산 사태’ 때 함병춘 대통령비서실장 수행비서로 현장에 있다가 생사 고비를 넘겼다. 지방행정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동사무소를 문화 생활체육 복지 고용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민센터로 개편하는 데 앞장섰다.

△경북 의성(54) △경기고, 고려대 법학과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대구시 행정부시장 △행자부 정책홍보관리실장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인사사령관 지낸 육군 인사 전문가

박종달 병무청장

2006년부터 육군 핵심 보직인 인사사령관직을 무리 없이 수행해 온 인사 전문가.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인사운영계획과장과 3군사령부 인사처장 등을 지냈다. 육군하사관학교장과 3사관학교장을 맡아 후배 양성에도 힘썼다. 인사사령관이던 지난해 2월 ‘유가족 찾기 특별팀’을 설치해 병사(病死)나 변사로 처리됐다가 재심을 통해 전사나 순직으로 인정된 국군 장병의 유가족 찾기 운동을 벌여 더 많은 유족이 보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경남 창녕(59) △육사 29기 △3군사령부 참모장 △50사단장 △수도군단장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소방이론 전문가… 관련 저서 10여 권

최성룡 소방방재청장

고교 졸업 후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지방의 비료공장에 취직해 8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했다. 1기 소방간부후보생 모집공고를 우연히 보고 시험에 응시해 소방 분야에 뛰어들었다. 뒤늦게 학업에 매달려 석사와 박사 학위까지 딴 소방 이론 전문가. 재난 대응에 관한 외국 서적을 번역해 소방간부들에게 강의했을 정도로 학구적. 10권이 넘는 소방 관련 책을 펴냈다.

△전남 영암(58) △나주고,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호서대 일반대학원 행정학 박사 △전라남도 소방본부장 △중앙소방학교장 △서울시 소방방재본부장 △대불대 소방행정학과 교수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농림부-산림청서만 30여 년 근무

이수화 농촌진흥청장

화폐금융 전공으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전문가. ‘금융정책의 효과측정 연구’ ‘일주일에 읽는 농업경제원론’ 등 경제학 관련 책도 펴냈다. 1976년 행정고시 19회에 합격하면서 공직에 발을 들였다. 2004년 산림청 차장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대부분을 농림부(현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보냈다. 산림청 차장 때는 등산로 정비, 도시 숲 조성 등 새로운 산림청 업무를 개척했다.

△경북 청도(53) △경북고, 성균관대 행정학과, 미국 미주리주립대 경제학 석·박사 △농림부 식량생산국장 △산림청 차장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지방행정 전문가… 2005년 등단도

정장식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이 대통령의 중학교 8년 후배로 이상득 국회 부의장에겐 초등학교, 대학 12년 후배이다. 지방행정 전문가로 대통령비서실에서 4년,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에서 6년간 근무했다. 포항시장 재직 당시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유치를 공개적으로 추진했다. 대학시절 신춘문예에 서너 차례 응모해 소설가를 꿈꿨다. 2005년 수필로 정식 등단해 문인의 꿈을 이뤘다.

△경북 포항(58)△경북대사대부고, 서울대 경제학과(학사), 서울대 행정대학원(석사) △국무총리 행정조정실 기획관 △거창군수 △상주시장 △포항시장(민선 2, 3기)

이유종기자 pen@donga.com

사학계 中동북공정 대응운동 주도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

2000년부터 고려대 박물관장을 맡아 왔다. 2003년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은 뒤 지금은 동북아역사재단에 흡수된 고구려연구재단 이사로 활동하며 중국 동북공정에 대한 사학계의 대응 운동을 주도한 학자다. 한국고대사학회장 등 여러 학술단체장을 지냈으며 최근 고려대 총장직에 도전하기도 했다. 현재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 위원이다. 활발한 대외 활동이 강점.

△경북 경주(55) △중앙고, 고려대 사학과, 고려대 대학원 석·박사 △고구려연구재단 이사 △고려대 박물관장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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