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숭례문, 반성- 참회의 명소로

  • 입력 2008년 3월 9일 20시 47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숭례문 화재 참사 한 달째를 하루 앞둔 9일. 숭례문은 참혹했던 그 날의 기억을 뒤로 한 채 봄기운을 맞고 있었다.

낮 기온이 10도를 넘나드는 포근한 휴일을 맞아 가족 단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숭례문을 찾은 150여 명의 시민들은 국화를 헌화하며 숭례문의 무사복원을 기원했다. 가림막 한 쪽에 설치된 투명창을 통해 복원 현장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숭례문은 비와 눈을 막기 위한 임시 가설 덮집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공사 모습을 지켜보던 김민석(10) 군은 아빠 손을 꼭 잡은 채 "예전에 남대문 시장에 놀러 와서 숭례문의 멋진 모습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모습을 이제는 직접 볼 수 없어서 슬퍼요"라며 아쉬워했다.

인파 속에서 국화꽃을 든 어린이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전국 어린이 문화유산 관람 동아리 '역사따라 꽃길따라'의 프로그램에 참가한 김지은(12)양은 국화를 헌화하며 "옛날에 일본 사람들도 우리 문화재를 많이 파괴했다고 배웠는데 우리 손으로 우리 문화재를 불태워버리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숭례문이 사라진 참사 현장은 역사와 문화를 가벼이 여겼던 우리들을 반성하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현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숭례문을 찾는 휴일 인파는 초기에 비해 많이 줄었다.

중구 소속의 직원 정성문 씨는 "많을 때는 800명이 넘게 숭례문을 찾았지만, 한 달 정도 지나니 3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숭례문 참사 역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는 중이었다.

숭례문을 허술하게 관리한 책임 소재도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7일 서울 중구 공무원 3명을 공문서 위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지만 문화재청, 중구, 소방당국 어느 한 곳에도 관리 책임을 묻지 못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예산 200억 원을 들여 2012년까지 숭례문 복원공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위원 등 관계 전문가로 구성된 복구 자문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면서 "1962년 숭례문 중건 시 만들어진 수리보고서와 2006년 실측보고서를 기준으로 숭례문을 복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혜승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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