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창전동 일가족 실종 사망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호성 씨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 오자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결국 자살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김모(46·여) 씨의 돈을 가로채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김 씨 일가족을 살해했지만 경찰의 공개 수사가 시작되자 모든 것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실종된 김 씨는 지난해 10월 말 이 씨와 함께 마포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서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전세금 2억 원에 계약하고 1억7000만 원은 지난달 20일 주기로 했다.
약속된 지급일을 5일 앞둔 지난달 15일 김 씨의 정기예금 1억7000만 원이 인출됐지만 전세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 씨가 인출된 돈을 전세금으로 주기 전 이 씨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계좌 추적 등을 통해 돈의 행방을 쫓고 있다.
또 경찰은 김 씨가 실종된 지난달 18일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퇴근하며 직원들에게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말한 것도 이 씨의 계획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 가족들이 살해돼 상당기간 보이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도록 사전에 여행을 가는 것처럼 꾸몄다는 것이다.
김 씨의 집 안에서 소량의 혈흔만이 발견된 것도 경찰이 이 씨의 치밀한 범행을 의심하는 대목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 집 안에선 침대시트, 방바닥, 세면대 등 세 곳에서만 소량의 혈흔이 발견됐다. 살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는 아니고 발견된 머리카락 양도 일상적인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이 씨가 흉기를 이용하지 않고 독극물 등의 방법으로 일가족을 살해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씨는 아파트 폐쇄회로(CC)TV에 가방을 옮기는 모습이 찍히는 등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러 결국 경찰에 쫓기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 이 씨가 죽어 그가 일가족을 살해했다면 정확히 어떤 의도에서 언제 어떻게 살해했는지를 밝혀내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