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낮 12시 16분경 전북 고창군 고창읍 안동마을 뒷산에서 이 마을 이모(76) 할머니가 밭두렁을 태우다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전날 오후 2시 21분경 전남 담양군 봉서리에서도 밭두렁에서 짚을 태우던 김모(84) 할머니가 불을 끄다 화상을 입었고, 같은 날 담양군 대사면에서도 김모(73) 할머니가 논두렁에서 불을 끄려다 화상을 입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이들이 병해충을 잡는다며 논밭 두렁을 태우다 불티가 날아 주변 야산 등으로 번지자 이를 막아보려다 연기에 질식되거나 화상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노인들이 봄철에 논두렁에서 불을 놓다 종종 화를 입는 것은 젊은 사람들에 비해 판단력이 떨어지고 행동이 느린 데다 면역체계가 약하기 때문으로 소방당국은 풀이하고 있다.
전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야외에서 발생한 불은 풍향에 따라 순식간에 불길의 방향이 바뀌지만 노인들은 판단력이 흐려 주로 앞쪽 방향의 진화에만 열중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 속에 갇히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또 노인들이 산 쪽으로 크게 번지는 불을 혼자서 끄려다가 체력이 떨어지고 불 속에 갇히면서 당황하는 것도 화를 입는 큰 이유다.
불이 붙은 잡초나 잡목 등은 유해 화학물질이 많지 않지만 정면으로 연기를 많이 마시는 것은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전북농업기술원 조사 결과 논두렁 태우기는 농민들의 상식과는 달리 병해충을 없애는 효과가 적고 오히려 병해충의 천적을 없애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도 소방본부 안준식 대응조사 담당은 “논밭 두렁이나 산에서 불이 나면 노인들은 혼자 불을 끄려 하지 말고 일단 대피하고 신고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