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주는 참 언어적으로 재능이 뛰어난 것 같아요.”
최근 주부 김연희(35·서울 송파구 방이동) 씨는 딸 희주(5)의 재능을 칭찬하는 어린이집 교사의 얘기를 듣고 놀랐다. 이야기를 만들어 발표하는 시간에 희주가 단연 두각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김 씨는 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오히려 딸의 재능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평가할 기회가 적었다.
전문가들은 “영유아기 자녀의 재능을 계발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관심과 관찰”이라며 “부모의 역할은 생활 속에서 아이의 재능을 알아내 그 재능을 자극해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 어떻게 재능 키워줄까?
재능은 크게 언어, 논리수학, 공간, 신체운동, 음악, 대인관계, 자기성찰, 자연탐구 등 8가지로 구분된다. 하워드 가드너 미국 하버드대 교육심리학 교수의 다중지능 이론에 따른 것이다. 부모가 취학 전 자녀의 8가지 재능을 계발할 수 있는 방법을 곽금주(발달심리학) 서울대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언어적 재능을 가진 아이는 별명 지어주기, 노랫말 바꿔 부르기 등의 놀이를 즐긴다. 이럴 경우 부모는 ‘네가 만약 ○○라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말해봐라’는 식의 질문을 던지면서 자녀가 생각을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부모는 아이가 아나운서, 작가 등의 직업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다.
아이가 전화번호나 주소를 잘 기억한다면 논리수학 재능을 키워줘야 한다. 이런 아이는 “왜” “어떻게”라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 장난감을 크기·색깔별로 분류하게 하는 놀이를 많이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런 아이는 컴퓨터 전문가, 과학자 등의 직업이 적당하다.
공간적 재능을 가진 아이는 한 번 갔던 장소를 잘 기억하고 한 번 본 것을 그림으로 그리기를 좋아한다. 지도 보며 장소 알아맞히기, 조각그림 맞추기, 미로 찾기 게임이 좋다.
신체운동 재능을 가진 아이는 주변 사람의 표정과 몸짓을 잘 흉내 낸다. 운동과 춤추기도 좋아한다. 이런 아이는 말하지 않고 몸으로 표현하는 무언극 놀이를 재미있어 한다.
아이가 혼자서 노래를 잘 흥얼거리고 악기 소리에 관심이 많다면 음악적 재능이 있는 것이다. 이런 아이에게는 주방 기구로 난타 연주를 해보도록 권한다. 자신을 소개하는 노래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대인관계 재능이 있는 아이는 친구를 잘 사귀고 오랫동안 사이좋게 지낸다. 엄마의 기분도 잘 맞춘다. 이런 아이에게는 선생님, 의사 역할놀이를 통해 대인관계를 계발할 기회를 준다. 주변 사람의 좋은 점을 적는 카드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하루 일과 계획을 잘 세우고 따르는 아이는 자신을 분석하고 들여다보는 재능이 뛰어나다. 어떤 일에 실패했을 때도 화를 잘 내지 않는다. 부모는 아이에게 인물 사진을 종이에 오려 붙인 후 자신의 생각을 말풍선에 적어보라고 권한다. 이러 아이는 심리학자, 철학자 같은 직업을 갖는 것이 좋다.
자연탐구 재능이 있는 아이는 동식물 관찰을 좋아하고 우주 현상에 대한 책을 읽는 것도 즐긴다. 아이가 이런 재능을 보이면 관찰일지를 쓰게 하는 습관을 길러준다.
○ 직업의 세계 경험해요
재능을 발견했다면 각종 전시회나 박물관, 관련 기관을 찾아다니며 아이의 재능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삼성어린이박물관이 13일부터 선보이는 ‘꿈의 상자’ 전시회는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에 맞춰 직업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이는 8가지 재능 코너를 돌아다니며 관련 직업을 경험해볼 수 있다. 자연탐구 재능이 있는 아이는 모의 우주선을 타고 우주공간을 관찰할 수 있으며 배우가 되고 싶은 아이는 멋진 의상을 입고 미니 무대에 서서 자신의 재능을 뽐낼 수 있다.
미술관은 공간 재능과 논리수학 재능을 함께 키워주는 데 좋다. 미술 작품에 대해 감상하면서 이를 시각적으로 분석한다면 논리수학 재능도 자극될 수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