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봄을 기다리는 초라한 여인에 불과합니다”
“이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봄을 기다리는 초라한 여인에 불과하다.”
12일 서울서부지법 406호. 해외 유명 대학의 학력 위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신정아(36·여) 씨는 최후 변론에서 이같이 말하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누구에게나 한두 가지 비밀은 있는데”라고 말한 뒤 한동안 진술을 멈춘 채 휴지로 눈물을 닦은 신 씨는 “몇 개월 동안 발가벗기다 못해 배 속의 창자까지 드러냈다. 극심한 참담함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신 씨는 이어 “나 때문에 많은 사람이 아파해 나의 아픔에 대해서는 말을 꺼낼 수조차 없었다”며 “살아가면서 나 때문에 아픔을 당한 분들을 위해 살고 싶다”고 말했다.
신 씨는 또 “공부보다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좋아 공부하는 것을 소홀히 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며 “결론적으로 나의 잘못이긴 하지만 (나 또한) 억울한 피해자”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제3자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이날 신 씨와 함께 나란히 법정에 선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최후 진술에서 “신 씨의 동국대 교수 임용, 흥덕사 특별교부금 지원 등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내가 한 행위가 있어 억울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컴퓨터에서 문서를 위조한 증거가 나왔는데도 자신이 컴맹이라는 합리적이지 못한 변명으로 일관해 중형 구형이 불가피하다”며 신 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변 전 실장에 대해서도 “기획예산처 장관 등 요직에 있으면서 젊은 여인을 위해 직무를 남용한 것은 국가와 국민에게 죄를 지은 것”이라며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또 임용택(법명 영배·56) 동국대 이사장에게는 징역 1년, 박문순 성곡미술관장에게는 벌금 2000만 원을 각각 구형했다.
신 씨와 변 전 실장에 대한 법원의 선고공판은 24일이나 31일 열릴 예정이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