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석병리에 사는 최순택(77) 이금매(72·여) 씨 부부는 이제 다리를 뻗고 잠을 잘 수 있게 됐다.
최 씨는 12일 “지붕이 갈라져 비가 오면 방에 물이 떨어졌는데 이젠 큰 걱정을 덜었다”며 좋아했다.
6·25전쟁에 참전해 훈장을 받기도 한 최 씨는 매달 정부에서 받는 수당 13만 원과 부인 이 씨가 오징어 작업장에서 버는 20만 원으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다 최 씨는 병 때문에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형편이다.
포항시 남구 괴동동 철강공단에 있는 철강제품 포장업체인 ㈜삼정피앤에이 직원 80명은 11, 12일 최 씨 부부의 집을 말끔하게 단장했다.
이 회사 직원이 최근 이 마을을 찾았다가 바닷가 언덕 비탈에 있는 최 씨 집이 너무 낡은 것을 보고 “우리 힘으로 도와보자”며 회사에 알린 것.
장병기(58) 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교대근무를 마친 오전 7시에 집으로 가서 쉬는 대신 최 씨 집을 찾아 지붕에 방수 페인트를 칠하고 시멘트와 블록으로 구석구석을 고쳤다.
직원 1100명이 일하는 이 회사는 노동부에 의해 노사화합 모범 기업으로 수차례 선정됐으며, 1995년부터 전 직원이 봉사활동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다.
최 씨 부부는 직원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면서 고마워했다.
장 사장은 “진작 집을 고쳐주지 못해 오히려 죄송한 마음”이라며 “이제부터라도 좀 편안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