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마이는 지난해 5월 국제결혼알선업체를 통해 28세 연상의 장 씨를 소개받았다. 충남 천안시에서 시작한 신혼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그는 문화적 차이를 이겨내기엔 너무 어렸다. 결국 베트남으로 돌아가기 위해 집을 나서다 술에 취한 남편한테 갈비뼈 17개가 부러지도록 두들겨 맞고 숨진 것이다. “남편이 어려운 일 의논해 주고 서로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아내를 제일 아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가정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큰일이고 한 여성의 삶에 얼마나 큰일인지 모릅니다.” 그가 죽기 전날 장 씨에게 쓴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의 결혼은 지난 한 해에만 약 8000건이나 될 정도로 늘었다. 한국 농촌은 외국에서 온 신부와 며느리들이 지킨다는 말이 자연스러울 정도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100만 명을 넘어섰고 2000년 이후 국제결혼만 18만 건이나 되는 본격적인 다인종 다문화 시대다. 그럼에도 고루한 순혈주의에 집착하고 가난한 나라 출신들을 업신여겨서는 선진국민 대열에 끼기 어렵다.
▷한국은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55개국 대상 평가에서 인종차별 해소 정도는 51위, 문화적 개방성은 맨 꼴찌를 기록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이 사실상 인종차별국가라며 시정을 촉구했다. 미국 국무부는 한국의 국제결혼을 인신매매로 분류했다. 다인종 다문화 시대에 걸맞지 않은 의식과 행태는 국가이미지 실추와 국가경쟁력 저하의 요인도 된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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