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진 양의 어머니 이모(42) 씨는 사랑하는 막내딸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안양경찰서 소속 여경 2명이 경기 안양시 안양8동 혜진 양의 집을 찾은 것은 13일 오후. 이 씨는 “어머니,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아요”라는 사형선고와 같은 말을 들었다.
실낱같은 마지막 희망이 무너져 내린 순간 “혜진아, 혜진아”를 외치며 통곡했다.
이틀 전 경찰이 “경기 수원시에서 발견된 여자 어린이의 주검이 혜진이일 줄 모른다”며 찾아왔다. 현장에서 찾은 머리띠와 봉숭아물 들인 손톱 얘기를 했지만 모두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이 씨는 “우리 혜진이가 아니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12일 오전 이 씨는 집안 청소를 하다가 혜진 양의 방 한 구석에서 똑같은 머리띠 한 짝을 발견하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처음 보는 머리띠였는데, (경찰이 설명한 것과) 똑같았어요. 그래도 설마, 설마 했는데….”
비보를 듣고 찾아온 친지와 혜진 양이 다니던 명학초등학교 교사들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혜진 양의 담임교사는 만삭의 몸으로 힘겹게 혜진 양의 집에 들어선 뒤 털썩 주저앉으며 “혜진아”라고 목 놓아 불렀다.
뒤늦게 직장에서 달려온 아버지(47)의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모자를 푹 눌러쓰고 집으로 들어섰다.
혜진 양과 함께 실종된 우예슬 양의 가족도 큰 충격에 빠졌다. 우 양의 아버지(41)는 힘없는 목소리로 “소식을 들었다. 더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안양=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