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 물들고 예향에 취한다
운천역은 광주지하철 13개 역 가운데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금호지구와 광주 최대 상권인 상무지구 입구인 데다 주변에 문화예술 공간과 소문난 맛 집이 많기 때문이다.
○ 도심 속의 휴식처
운천역 2번 출구에서 걸어서 2, 3분 거리에 운천저수지가 있다. 봄에 벚꽃이 날리고 여름에는 연꽃이 저수지를 가득 덮는다. 저수지를 도는 산책로도 운치 있다.
3번 출구에서 8차로 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5·18기념공원이 나온다. 이곳은 콘크리트 아파트로 둘러싸인 삭막한 도심에서 ‘허파’ 역할을 한다.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계승하는 5·18기념문화관, 오월루, 광주학생교육문화회관이 자리하고 있다. 아름드리나무와 원추리, 붓꽃 등 정겨운 우리 꽃도 볼거리.
인근 무각사는 호국 도량이다. 1971년 육군전투병과학교인 상무대가 당시 송광사 구산 방장 스님에게 건립을 부탁했다.
4번 출구 방향의 호남대 쌍촌캠퍼스에는 1997년 대학본부가 광산캠퍼스로 옮긴 뒤 예술대와 평생교육원이 남아 있다. 숲이 우거지고 잘 보존돼 시민 휴식공간으로 인기다.
신영대(59) 운천역장은 “주변에 문화예술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많아 대합실에서 조각전시회를 여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유명 맛 집 즐비
운천저수지 옆 ‘홍아네’(227-4845)는 다양한 제철음식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요즘에는 조기탕(1인분 1만4000원), 주꾸미 무침(한 접시 3만5000원)이 인기다.
금호지구로 가는 길에 있는 ‘광주밥집’은 동구 불로동에서 10년 넘게 장사를 하다 옮겼지만 여전히 단골손님이 많다. 한 상(10만∼12만 원)에 나오는 요리와 반찬이 30가지가 넘는다.
역 인근 ‘청진동해장국’(372-2972)은 수육(8000원)과 해장국(4000원)으로 직장인이 즐겨 찾는 집이다.
상무지구 쪽 ‘설백집’(383-0999)과 ‘삼백집’(376-9119)은 전주식 콩나물국밥집으로 유명하다. 국밥(4000원)에 딸려 나오는 수란(반숙한 계란에 국물과 김 등을 넣어 마심)도 별미다.
‘광양숯불구이’(375-9292)는 부드럽고 쫄깃한 최상급 한우 숯불구이로 25년째 명성을 쌓아왔다. 숯불구이(1인분 1만9000원)와 꽃등심(2만6000원), 생갈비(3만 원)가 주 메뉴.
오리고기 전문점인 ‘27년’(372-5279)은 주인이 2003년 문을 열 당시 요리 경력이 27년째여서 붙여진 상호. 각종 버섯과 쑥갓, 파 등을 넣어 볶아먹는 오리불고기(1인분 1만2000원)와 한방백숙(한 마리 4만7000원), 오리찜 바비큐(3만7000원)가 인기 메뉴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