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정씨의 범행동기가 석연치 않다.
아이들이 실종된 뒤 범인은 단 한차례도 돈을 요구하는 등의 협박전화를 하지 않았다. 또 현재까지 경찰 조사결과 유력한 용의자 정씨는 정신 병력이나, 아동을 상대로 한 성범죄 등의 전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혜진(10) 양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성폭행 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도 "어린이를 유괴할 경우 돈을 노리거나 부모에 대한 원한, 성도착증 환자, 정신이상자가 대부분인데 정씨는 평범한 사람으로 범행동기가 의문이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 씨가 이 양 등을 유괴한 뒤 집에서 살해한 뒤 렌트카 트렁크에 실어 수원 야산에 암매장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14일 정 씨의 집에서 혈흔 반응 검사를 벌였다.
그러나 정 씨의 집에서는 어떠한 혈흔 반응도 나오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토막을 내면 혈흔반응이 나오기 마련인데 의문이다"이라며 "정씨가 자신의 집이 아닌 제3의 장소를 이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두 어린이의 집에서 불과 130여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던 정 씨에 대한 검거가 80여 일이 지난 뒤에나 이뤄진 것 역시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같은 동네에 사는 면식범 또는 성도착증환자, 정신이상자에 의한 범행에 무게를 두고 이 양 집 주변 주민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특히 정 씨와 같이 독신 남자가 사는 집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탐문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정씨의 집도 수색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독거남을 중심으로 이뤄진 수색초기에 정씨에 대한 조사를 했으나 당시에는 아무것도 혐의를 둘 것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의 추정하는 것처럼 정 씨가 범인이라면 경찰의 초동수사에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정씨 검거에서 결정적 단서가 된 렌트카 업체에 대한 뒤늦은 탐문수색 역시 경찰의 허술한 수사에 대한 비의 대상이다.
경찰은 이 양의 시신이 발견된 뒤에야 범인이 시신을 유기하는데 차량을 이용했을 것으로 보고, 뒤늦게 렌트카 업체에 대한 수색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실종 어린이들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고, 죽었다면 어떤 방식으로 죽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곧바로 혈흔반응 검사로 들어갈 수 없었고, 통신수사나 폐쇄회로(CC)TV 분석 등 할일이 많은데 렌트카 업체까지 살펴 볼 여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