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0개 단지에서 운영
교육의 질-운영지속 숙제
GS건설이 지은 대구 달서구 상인동 ‘상인자이’에서는 지난해 2월 입주와 동시에 1층 공동시설에 100m²의 공간을 마련하고 영어마을을 운영 중이다.
원어민 1명과 국내 강사 2명이 매주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유치부 3반, 초등부 4반, 성인반 1반을 가르친다. 아이들에게는 영어 이름 짓기와 게임 등을 이용한 생활영어를, 성인에게는 작문과 실용회화를 가르친다.
상인자이 아파트 영어마을 강사 조선미 씨는 “지방에서 원어민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고 운영비는 시행사가 부담하기 때문에 입주민들 사이에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지방의 아파트 단지 내에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영어마을을 운영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영어마을은 아파트 미분양이 늘어나고 영어 사교육 바람이 더 거세지면서 건설사들이 마케팅 전략으로 도입한 것이다.
이런 바람을 타고 최근에는 단지 내에 영어마을 설치와 운영까지 맡는 전문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영어마을 운영업체인 ‘A4교육’의 김창수 사장은 “이명박 정부가 실용 영어교육 강화 정책을 발표한 뒤 단지 내에 영어마을을 조성해 달라는 시행사의 문의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대구 남구 이천동 월드메르디앙 아파트 단지도 영어 독서실을 운영 중이다. 입주민 자녀 중 5∼8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매주 1, 2회씩 외국인 선생들이 영어회화를 월 1만 원에 가르친다.
내년 9월 입주를 앞둔 부산 강서구 명지동의 ‘명지 퀸덤2차’ 아파트에는 학원, 음식점, 은행 등의 생활편의시설을 한데 모은 ‘퀸덤몰’이 조성될 예정이다. 시행사는 퀀덤몰에서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영어마을’을 운영할 계획이다.
영어마을 조성 사업은 2005년 하반기에 최초로 시작된 뒤 미분양이 늘면서 수요가 늘어나는 중이다. 현재는 약 5개의 업체가 전국적으로 20여 개 단지에서 영어마을을 운영 중이거나 운영할 예정.
운영업체들은 시행사가 영어마을 운영을 의뢰하면 아파트 규모나 예산에 맞게 프로그램을 짠다.
보통은 아파트 공동시설 안에 공간을 마련한 뒤 생활영어를 가르친다. 예산이 적은 곳은 온라인에 우체국, 호텔, 병원 등 가상공간을 설치한 뒤 입주민이 온라인에서 영어로 말을 하면 원어민 강사가 표현이나 발음을 교정해 주는 ‘사이버 영어마을’을 운영하기도 한다.
영어마을을 둘러싼 시행사와 입주민의 마찰도 늘고 있다.
부산의 한 아파트는 입주민이 절반을 넘지 못해 시행사가 약속한 영어마을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영어마을 운영업체인 ‘이엔타운’의 황정호 과장은 “일부 시행사는 입주자가 너무 적을 경우 영어마을 운영을 미뤄 입주민들이 항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영어교육의 질을 걱정한다. 주당 2, 3시간의 수업으로 아이들의 영어 실력이 향상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지방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원어민 강사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것.
업계 관계자는 “1년에 1억 원 이상 드는 운영비를 1, 2년은 시행사가 부담하겠지만 무료 기간 이후에 입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재원 마련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