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내가 쓴 문제집서 골라낸 것” 혐의 부인
지난해 김포외국어고 입시 문제 유출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에 또다시 전국 단위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고사에서 문제 일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2일 실시된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수리영역 문제 가운데 일부가 사전에 서울 강남구 대치동 S학원에 유출됐다는 서울시교육청 의뢰에 따라 이 학원 강사 유모 씨를 16일 오후 소환조사했다.
이에 앞서 시교육청은 14일 오후 유 씨가 학원생들에게 배포한 문제가 고3 학력평가 문제와 유사하다는 의혹을 조사한 결과 수리영역 45문항 중 5문항은 정확히 일치하고 14문항은 거의 비슷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과거에 직접 집필한 문제집에서 좋은 문제들을 골라냈다”면서 “내 저작권이 침해됐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유 씨는 과거 대형 온라인 입시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며 여러 권의 수학 문제집을 집필한 스타급 강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도 “시험에 출제된 45문항 가운데 42문항이 내 문제집에 있는 것과 비슷하거나 완벽히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시교육청이 시중에 나온 문제집을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는 실수를 해 놓고 모든 죄를 학원 강사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씨가 언급한 수학 교재에는 유 씨 외에도 7명의 공저자가 있고 이 중 일부 현직 교사는 이번 학력평가 출제위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은 경찰 조사에서 관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문제를 유출한 교사를 파면하고 S학원은 과다 수강료 징수와 허위 과대광고 등 문제점이 많아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이르면 17일 등록 말소(폐원 조치)할 방침이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문항과 관련된 정보 제공을 거부하면서 “출제에서 시험 실시까지는 6주간의 시간 차가 있어 관리가 어렵다. 출제위원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편 경찰은 “출제 교사들과 유 씨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입수해 분석하고 유 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확인할 것”이라며 “유 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출제위원과 다른 학원 등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