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유기에 車 이용한듯” 렌터카 업체 뒤져
용의자는 혜진양 집에서 130m 떨어진 이웃
절도 전과있는 독신… 보령 모친 집에서 잡혀
검거 뒤에도 “억울하다… 예슬이 행방 모른다”
안양 여자 초등학생 실종·피살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사건 발생 82일 만에 검거됐다.
16일 충남 보령시 자신의 어머니 집에서 검거된 유력한 용의자 정모(39·안양8동) 씨는 이혜진(10), 우예슬(8) 양의 집에서 불과 130여 m 떨어진 다세대주택 반지하방에서 혼자 살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정 씨는 현재까지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어 우 양의 생사 및 행방에 대해 경찰은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용의자는 누구=절도 전과가 있는 정 씨는 낮에는 컴퓨터 수리공으로 일하면서 밤에는 대리운전사를 하는 등 특정한 직업 없이 여러 가지 일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이 양의 시신이 경기 수원시 호매실동의 야산에서 발견된 이후 경찰이 독신남에 대한 가택수색을 강화하면서 14일 탐문하자 “나는 그날 낮에는 아는 사람과 있었고 밤에는 렌터카를 이용해 대리운전을 했다”며 범행을 부인한 뒤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이날 수사본부가 차려진 경기 안양경찰서에 압송되면서 취재진에게도 “내가 안 그랬다는데 왜 그러느냐, 나는 억울하다, 예슬이의 행방도 모른다, 종교단체에 다닌 적 없다”며 범행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정 씨와 실종된 두 어린이가 같은 종교단체에 다녔는지 확인 중”이라며 “아직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범행 동기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용의자 검거=경찰은 이 양의 시신이 발견된 이후 면식범에 의한 범행으로 보고 안양8동과 안양6동 일대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작업에 나섰다.
강력반 형사 110명을 동원해 혼자 사는 남자가 사는 500여 가구를 일일이 찾아다녔다. 시신을 토막 내면서 집안에 튀었을 혈흔을 찾기 위한 혈흔 반응 검사도 병행했다. 그러나 14일 정 씨에 대한 집안 혈흔 반응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또 이 양의 시신이 실종 현장에서 15km 떨어진 수원의 한 야산에서 발견되자 범인이 시체유기에 차량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렌터카 업체에 대한 탐문수사도 벌였다.
안양지역의 렌터카 업체를 수색하던 중 경찰은 14일 안양시 관양동 K렌터카에서 정 씨가 이 양 등이 실종된 날 빌려간 흰색 뉴EF쏘타나 차량을 찾아내고 트렁크에서 혈흔을 발견했다.
정 씨는 이들 어린이의 실종 당일인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10시경 차량을 빌려간 뒤 다음 날 오후 4시경 반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1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DNA 검사를 의뢰했고, 16일 오후 늦게 이 양과 우 양의 DNA와 일치한다는 판정을 받고 정 씨의 집을 급습했다. 그러나 정 씨는 이미 집을 비운 상태였고 경찰은 연고지인 정 씨의 어머니 집에 형사대를 급파해 검거했다.
이날 안양경찰서에 도착해 형사기동대 승합차에서 내린 정 씨는 쉬고 있다 붙잡힌 듯 얇은 반소매 셔츠에 트레이닝복 하의 차림이었고 얼굴을 가리기 위해 검은색 잠바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경찰은 “정 씨의 집에서 렌터카 업체는 직선거리로 5km가량 떨어져 있다”며 “정 씨가 경찰의 수색을 따돌리기 위해 멀리 있는 렌터카 업체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씨는 이에 대해서도 “그날 영업을 위해 렌터카를 빌렸을 뿐 혈흔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고 범행에 이용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실종과 수사=이 양과 우 양은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3시 반경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8동 우양파크빌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다가 헤어져 오후 5시경 안양8동 문예회관 인근 상가 주인에게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실종됐다.
경찰은 27일 안양경찰서에 전담팀을 꾸리고 다음 날 수사본부를 설치했으나 부모의 요청이라며 비공개 수사를 벌이다 협박전화는 물론 목격자도 없자 31일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