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당일 근무 안한 사실 드러나자 심경 변화
“시화호에 버렸다” 진술… 동기 수법 오락가락
결정적 증거 안나올땐 영장신청 어려울 수도
안양 초등학생 실종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용의자 정모(39) 씨로부터 범행 일부를 자백받았다.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7일 “정 씨가 ‘이혜진(10) 양은 수원에 암매장했고, 우예슬(8) 양의 시신은 시화호 주변에 버렸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에 따라 이날 경기 시흥시 오이도 주변 야산과 시흥시 정왕동 이마트 앞에서 군자천 해변도로로 이어지는 하천변(5km)에 형사대를 보내 우 양의 시신 수색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시신을 찾지 못한 채 날이 어두워져 오후 6시 40분경 수색을 중단했다.
경찰은 “범행 동기와 수법, 경위, 예슬 양 매장 장소 등에 대한 정 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범행 일부만 시인=정 씨는 경찰의 끈질긴 추궁에도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다 17일 오후부터 범행 일부를 시인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이 양 등이 실종된 지난해 12월 25일 오전에는 대학 선배와 산본역에서 술을 마신 뒤 집에 들어와서 잠을 잤고, 오후 6시부터 9시까지는 명학역 주변에 대리운전 일을 나갔다 일거리가 없어 돌아왔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렌터카에서 나온 혈흔에 대한 경찰의 추궁에 대해서도 정 씨는 “렌터카 혈흔이 내가 범행을 했다는 증거가 되느냐, 다른 사람도 그 렌터카를 사용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 씨는 경찰이 F대리운전 업체로부터 확보한 ‘이 양 등이 실종된 당일 정 씨가 일을 하지 않았다’는 근무일지와 실종 당일 행적에 대한 정 씨의 엇갈린 진술 등을 토대로 집중 추궁하자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곤혹스러운 경찰=경찰은 “범행 동기와 경위 등에 대한 정 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며 일관성이 없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 씨의 진술이 계속 엇갈려 신뢰하기 힘들다”며 “이 때문에 진술이 입증될 때까지 정 씨의 진술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씨는 이 양 등의 살해 유기 사실을 일부 시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교통사고로 애들을 치어, 애들을 차에 싣고 가 버렸다”는 등 말 바꾸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아직까지 렌터카에서 발견된 혈흔 DNA 결과와 범행 사실 일부 자백 외에는 물증이 없는 상태다.
경찰은 이날 추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정 씨의 집에 과학수사대를 보내 2차 정밀감식을 벌였지만 혈흔이나 모발, 옷가지 등 정 씨의 범행을 뒷받침할 증거는 찾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 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지고 물증이 없어, 정 씨가 아닌 제3의 범인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신중하게 수사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정 씨는 2004년에 발생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경기 군포시 40대 전화방 여자 도우미 실종사건 당시 실종된 도우미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것으로 확인돼 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구속영장 신청 가능할까=경찰은 보강수사를 벌여 정 씨에 대해 살인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18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는 정 씨에 대한 신병확보 48시간 시점인 18일 오후 9시 25분까지 또 다른 결정적 단서를 찾지 못할 경우 영장 신청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은 18일 오전부터 우 양의 시신을 찾는 데에 주력할 방침이다.
경찰은 “정 씨가 진술한 곳에서 예슬 양의 시신이 발견된다면 정 씨가 범인이라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정 씨의 집 이웃에 사는 초등학생들에게서 ‘정 씨가 동네 아이들과 친하게 지냈고 아이들이 집에도 놀러 갔다’는 진술을 얻어내고 정 씨가 이 양 등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안양=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