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쓰다듬는데 반항해서 죽였다”

  • 입력 2008년 3월 19일 21시 49분


초등생 유괴 살인 정씨 영장심사안양 초등생을 유괴, 살인한 용의자 정씨가 19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
초등생 유괴 살인 정씨 영장심사
안양 초등생을 유괴, 살인한 용의자 정씨가 19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
경기 시흥시 정왕동 군자천에 발견된 토막 난 어린이 시신은 우예슬(8) 양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19일 우 양 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정모(39) 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이날 정 씨 집 화장실과 정 씨의 집 부근 공터에서 발견한 쇠톱에서 우 양의 혈흔을 찾아냈다. 또 정씨 집 주변에서 찾아낸 또 다른 쇠톱에서 이혜진(10) 양의 혈흔도 찾아냈다.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DNA 확인결과 시신과 화장실, 쇠톱에서 발견된 혈흔이 우 양, 이 양의 것과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반항해서 죽였다'= 정 씨는 이날 수원지방법원 고홍석 영장전담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집에서 소주 2병 가량을 마시고 술에 취해 차를 몰고 가다가 아이들이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데 반항해서 집에 데려가 목졸라 죽였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검거될 당시 '나는 모른다'며 범행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던 정 씨는 이후 '내가 죽였다'→'교통사고 였다'→'반항해서 죽였다'로 진술을 계속 바꾸고 있다.

정 씨는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듯 실질심사 전 기자들의 질문에 "(이 양과 우 양의 가족들에게)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고 판사는 "구속영장에 청구된 범죄사실에 대해 영장발부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소명이 있었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정씨, 부녀자 성폭행 추가 확인= 경찰은 정 씨가 2005년 12월 3일 군포 금정역 먹자골목 내 모 전화방에서 일하는 도우미 A(당시 50세) 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양손을 묶은 뒤 성폭행한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당시 A씨로부터 모든 사실을 확인했으나, A씨가 처벌을 원치 않아 정씨를 사법처리 하지 못했다.

A씨가 일한 전화방은 2004년 7월 17일 정씨와 마지막으로 전화한 뒤 실종된 부녀자 B씨(당시44세)가 일했던 전화방과 인접해있다.

경찰은 이 사건들과 함께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실종사건들에 정씨가 관련이 있는지 수사 중이다.

2006년 12월부터 2007년 1월 사이 경기 남부지역에서 실종된 부녀자 4명 중 수원에서 실종된 노래방 도우미 박모(당시 37세) 씨는 2007년 5월 8일 안산시 사사동 야산에서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

그러나 군포에서 실종된 또 다른 노래방 도우미 배모(당시 45세) 씨와 화성시 신남동에서 실종된 회사원 박모(52) 씨, 수원시 권선구에서 실종된 여대생 연모(20) 씨의 행방은 아직 묘연한 상태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안양=이성호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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