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교육개혁 비전인 ‘한 아이도 뒤처지지 않게’는 이 나라 모든 학생의 읽기와 수학 실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여기서도 읽기가 맨 앞에 올라 있다. 선진국들이 읽기 능력을 중시하는 이유는 읽는 능력이 부족하면 다른 공부를 잘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많이 읽으면 두뇌활동이 촉진돼 사고력(思考力), 비판력이 커진다. 그래서 읽기 능력은 지식사회와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짧은 시간에 쉽게 키울 수 없는 읽기 능력을 높이려면 글 읽기를 생활화하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영상문화 홍수로 활자매체가 뒷전으로 밀리는 형국이다. 인터넷 이용률이 높은 한국에선 활자이탈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어릴 적부터 신문과 친하도록 해주는 것도 효과적인 한 가지 대응책이다. 교육당국이 앞장서서 신문 읽기를 권장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의 교육부는 오히려 어린이신문 단체구독을 금지했다.
▷전교조가 “신문사와 학교 사이에 기부금 수수가 있다”며 금지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었다. 리베이트를 금지하면 될 일인데 과잉규제였다. 어린이신문을 발행하는 주요 신문사들이 노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이었다는 점도 금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한국초등교장협의회가 어린이신문의 단체구독을 학교 자율에 맡기도록 해달라고 교육부에 건의했다. 교장의 98%, 학부모의 96%가 ‘단체구독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한 결과도 제시됐다. 그동안 ‘신문 읽기’에서 멀어진 학생들의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지 교육당국의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신문을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정상화(正常化)’를 서둘러야 한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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