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대구 수성구 동도초등학교 5학년 4반 교실 3교시 수업시간.
담임인 한효정(34·여) 교사가 사탕과 계란판 등 소품을 이용해 약수의 개념을 쉽게 설명하자 학생들은 이해가 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한 교사는 올해 대구시교육청에 의해 ‘수업연구교사’로 선정됐다.
수학 담당인 그는 3일 개학 이후 이처럼 다양한 소품이나 도구 등을 활용해 초등학생에게 쉽지 않은 수학의 개념과 원리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수업의 질을 높여 학부모와 어린 학생들에게 신뢰와 감동을 주자는 취지로 수업연구교사제를 전국에서 처음 도입해 운영 중이다.
지역에서는 올해 15개 교과 부문에 지원한 400여 명의 교사 가운데 수업 진행 능력과 학습지도안 등의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교사 26명이 수업연구교사로 뽑혔다.
이들 교사는 연간 교내외에서 2차례에 걸쳐 자신만의 수업 진행 방식과 학습지도안 등을 공개하고 수업모델과 연구보고서를 만들게 된다.
이들 교사에게는 연구비 100만 원씩이 지급됐다.
수업연구교사 선발 과정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지난해 수업연구교사에 지원했으나 탈락했다.
재도전 끝에 올해 수업연구교사로 뽑힌 그는 “어린 제자들을 위해 최고의 수업모델을 만들고 싶다”며 “수업 중 학생들이 스스로 흥미를 느끼고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과 후 수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보충학습을 하는 도중 학부모에게서 ‘학원에 보내야 하는 아이를 왜 귀가시키지 않느냐’고 따지는 전화를 자주 받아요. 학부모들이 초등학생에게는 학원 수업보다는 학교 수업이 훨씬 중요하고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 학습지도안 준비에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는 또 “학생들이 수업 중 발표를 통해 자신감을 갖게 하고 거리낌 없이 질문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학교생활이 즐거워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언제나 아이들이 편안하게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교단에 선 지 11년째인 그는 “아직도 제자들을 가르치는 데 부족한 게 너무 많은 것 같아 늘 초임 교사의 심정으로 교실에 들어선다”고 덧붙였다.
미혼인 그는 “학습지도안 등 수업 준비를 하느라 늘 퇴근이 늦어 데이트할 상대를 만나지 못한 것 같다”며 “초등학생들이 학업의 기초를 쌓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보람 때문에 교직생활이 너무 즐겁다”고 밝게 웃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