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사진) 법제처장은 20일 “새 정부는 한나라당 논리로 집권했지만 한나라당 논리로만 통치할 수는 없다”며 “지금은 헌법 정신에 입각한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이 노무현 정부 시절 임명된 공공기관장의 퇴진을 주장하여 촉발된 논란과 관련해 “임기제라는 헌법적 가치와 현실 사이에서 상충하는 문제여서 유보한다. 논란의 기준점은 헌법 정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 처장이 사실상 임기제 보장 필요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법제처는 간담회 뒤 보도자료를 내고 “기자간담회 당시 법제처장의 언급은 ‘법리적으로 상충되는 문제를 따져 봐야 한다’는 취지였으며, 참여정부 기관장 사퇴 여부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처장은 간담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권 출범 후에도 노사모의 논리를 고집해 국민 통합에 실패했다”며 중국 역사서 ‘사기’의 고사를 인용해 이명박 정부에도 고언을 했다. 무력으로 중원을 평정한 한 고조 유방에게 육가가 ‘말 위에서 천하를 얻었다고 말 위에서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고 진언했다는 것.
이 처장은 노무현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조치인 이른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대한 위헌 제청 심판 사건과 관련해 “기자실이 복구되고 있다고 해서 만약 헌법재판소가 각하(심판 대상이 아님) 결정을 한다면 권력에 대한 회피”라며 “헌재가 위헌 결정이란 실질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처장은 군 가산점제 부활을 골자로 한 병역법 개정 논란에 대해서 “우리 헌법은 양성평등을 적시하고 있지만 병역 의무로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함께 적시하고 있다”며 “법제처가 국방부 등 유관기관과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