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고 활용하는 아이 YES!”
“독서 지도에서 좋은 학부모는 유능한 축구 코치와 같습니다. 유능한 코치는 게임 스코어만으로 선수를 평가하지 않죠. 개인의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면밀히 관찰해 아이들을 열정적이고 주체적인 독자로 키워야 합니다.”
최근 고려대 ‘문식성연구회’와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독서능력 향상을 위한 평가도구의 필요성과 활용’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미국 메릴랜드대 교육과정학과 피터 애플러백(50·사진) 교수의 말이다.
그는 미국 국가교육성취도평가기관(NAEP) 독서평가 개발위원이자 국제독서학회(IRA)의 학술지 ‘독서연구’의 편집고문으로 독서평가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아인슈타인에 관한 책을 읽힌 뒤에 그가 언제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무슨 이론을 발명했는지를 묻는 암기력 위주의 이해도 측정을 독서평가라고 생각하는 학부모나 선생님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는 이 같은 이해도 측정이 아니라 독서평가는 과정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과정 중심의 평가에서는 △아이가 어떤 글을 읽는지 △내용을 잘 예측하며 읽는지 △읽은 내용을 풍부하게 말하는지 △말하는 내용은 암기에 의한 것인지 이해에 의한 것인지 △글에 담긴 정보뿐만 아니라 행간의 의미도 잘 이해하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이해도 위주의 평가는 아이들의 창의력과 사고력을 제대로 측정하기 어렵고 자칫 아이들을 답을 맞히기 위한 재미없는 독서로 내몰 수도 있다는 것.
그는 독서 과정에 대한 질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제대로 된 독서지도와 처방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아이의 정신 연령에 맞는 책을 찾아 줄 수도 있고, 전문가와의 상의를 통해 책을 멀리하는 심리나 태도를 교정할 수 있다.
뉴욕 주에 있는 초중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학생들의 독서지도를 담당한 경험이 있는 애플러백 교수는 독서에서 얻은 지식의 활용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책을 멀리하는 아이들에게 책과 접할 기회를 늘려줘야 합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아이가 책에서 얻은 지식을 교실 안팎에서 활용하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이 재미를 알게 되면 독서에 대한 열정이 커져 스스로 책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