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생가 보존회장 피살

  • 입력 2008년 3월 27일 03시 02분


김재학 씨
김재학 씨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보존회장 김재학 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 강모 씨(오른쪽)가 구미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구미=전영한 기자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보존회장 김재학 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 강모 씨(오른쪽)가 구미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구미=전영한 기자
구미생가 마당서 흉기에 찔려… 20대 용의자 “관람 제지당해 화 나서 살해”

CCTV 범행장면 확인… 정치적 동기 여부 조사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生家)를 관리하던 생가보존회장이 26일 흉기에 찔려 숨졌다.

경찰은 사건 당시 생가에 있던 강모(27·경북 구미시 원평동)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붙잡아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26일 오후 6시 15분경 구미시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 마당에서 생가보존회장인 김재학(81) 씨가 얼굴과 목, 가슴 부분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처음 신고를 한 김모(50·구미시 진평동) 씨는 “생가에 들어가려는데 청년 한 명이 옷을 모두 벗은 채 서성거리고 있었으며, 마당에는 김 씨가 쓰러져 있어 신고했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생가 안에 있다 경찰을 보고 달아나던 강 씨를 500m가량 쫓아가 격투 끝에 붙잡았다. 경찰은 “발견 당시 김 씨는 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였으며 손발은 노끈으로 묶였고, 입도 옷으로 틀어막혀 있었다”고 말했다.

구미경찰서로 연행된 강 씨는 “생가 안의 쓰레기를 줍는데 김 씨가 관람시간이 지났다며 제지를 해 화가 나서 생가 안에 있던 흉기로 죽였다”고 자백했다.

경찰 관계자는 “생가 안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테이프를 통해 강 씨의 범행 장면을 확인했다”며 “강 씨를 상대로 정치적 동기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혼자 살면서 에어컨 설치기사로 일하는 강 씨는 25일부터 자신의 사무실 책상 위에 쓰레기를 쌓아 놓고 줍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으며, 이날 출근하지 않고 생가에 갔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강 씨의 전과가 없고 정치적 발언은 전혀 하지 않는 점 등으로 미뤄 이상행동에 따른 돌발적 범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강 씨의 치료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한편 숨진 김 씨는 생가 부근에서 태어나 생가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에 살았다. 구미시 상모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직한 뒤 1993년부터 생가보존회장을 맡은 김 씨는 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도 가까운 사이다.

1993년 2월 경북도 기념물 86호로 지정된 생가는 박 전 대통령이 태어나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20여 년간 살았던 곳으로 초가와 관리동, 분향소로 돼 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구미추진위원회 이용원 회장은 “어제 박 전 대표가 생가를 찾았을 때만 해도 김 씨가 밝은 모습으로 안내를 했는데 갑작스러운 사고가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도 이날 김 씨의 피살 소식을 듣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구미=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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