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1400여명 연루 쑥대밭 “소 쳐다보기도 민망”
“정선 돈선거에 가슴 철렁… 전국 돌며 말리고 싶어”
18대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날인 26일, 주민들은 쑥대밭이 됐던 청도의 자존심과 명예를 되찾자는 분위기였다.
관리센터 입구에서 만난 60대 주민은 “(검경의 대규모 수사로) 식겁(食怯·뜻밖에 놀라 겁을 먹음)을 해서 그런지 투표장에 가고 싶지 않다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금품을 받아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한 주민은 “강원도에서 선거 돈다발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며 “마음 같으면 전국을 돌며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간 구치소에 있으면서 농사 걱정으로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눈앞의 돈 몇 푼보다 더 소중한 게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이장연합회 최영수(58·청도읍 고수8리) 회장은 “마을 대표로서 이번 선거부터는 돈을 바라는 못된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지도록 할 테니 두고 보라”고 다짐했다.
지난해 12월 치른 대통령선거에서 청도는 유권자 3만9000여 명 가운데 76%가량(2만9000여 명)이 투표했다.
경북도선관위는 지난달 29일 청도군민 2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공명선거 새마음 운동’ 행사를 열었다. 새마을운동을 싹 틔운 청도가 공명선거의 모범이 되자는 취지였다.
안성규 부군수(군수권한대행)는 읍면을 계속 돌아다니며 이번 총선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고 호소하고 있다. ‘깨끗한 고장’ ‘탐욕이 없는 고장’이라는 뜻의 청도(淸道) 이름값을 하자고 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청도 돈 선거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정한태(55) 군수를 비롯해 52명이 구속되고 1400여 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청도=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