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억 약정금 피소도… 국고 손실 2000억 추정
충남 장항산단 사업도 백지화로 3230억 손실
정부가 경인운하 사업 중단에 따른 위약금 명목으로 지난해 9월 이 사업을 진행했던 경인운하㈜에 360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정부는 또 최근 이 회사로부터 36억 원의 약정금 청구 소송까지 당했다.
정부가 환경파괴 논란 가능성 및 경제성 등을 면밀히 따지지 않은 채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다 중단하는 바람에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국고 손실을 초래한 것이다. 이는 노무현 정부에서 중단돼 수조 원의 손실을 낸 장항산업단지 사업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세금 낭비 사례로 꼽힌다.
○ “경인운하 사업 중단으로 2000억 원 국고 손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현대건설 중심의 경인운하㈜와 민간투자사업에 관한 실시협약을 맺으면서 경인운하 사업은 본격화됐다. 경인지역의 홍수 피해를 막고 원활한 물류 수송을 위해 한강 하류의 행주대교부터 인천을 거쳐 서해까지 연결하는 경인운하를 건설한다는 계획이었다.
경인운하㈜는 2003년 6월 굴포천 임시방수로를 준공하는 등 기초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경제성 논란과 함께 환경단체의 반대가 거세지자 노무현 정부는 경인운하㈜ 측에 기초 공사비 1200억 원가량을 지불한 뒤 2004년 7월 사업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경인운하㈜는 설계비와 운영권 등에 대한 위약금 명목으로 정부에 678억 원을 요구했고, 정부가 이를 거부해 해지 때 지급금 청구 소송이 벌어졌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9월 정부가 360억 원을 물어 주라는 조정결정을 내렸다. 경인운하㈜는 360억 원에 대한 부가가치세 36억 원도 정부가 내라며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약정금 청구 소송을 냈다.
경인운하 건설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현재까지 투자된 2000억 원 가량은 고스라니 국고손실로 남게된다. 경인운하㈜ 측은 소장에서 "환경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정부가 사업이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360억 원에 대한 세금의 책임도 정부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치 논리, 여론에 휩쓸린 정책 탓”
1989년 시작된 충남 서천군의 장항산업단지 사업도 경인운하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중단되면서 국고에 큰 손실을 입혔다.
외환위기로 공단 분양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갯벌을 살리자”는 환경단체의 반발까지 겹치자 노무현 정부는 지난해 7월 “산업단지로 지정할 당시와 지금은 환경이 바뀌었다”며 사업을 백지화했다. 사업이 백지화될 때까지 진입로 공사와 어업손실 보상비 등으로 들어간 3230억 원은 결손처리됐다.
충남발전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국토 개발이 사업 타당성보다는 정치 논리와 여론에 의해 좌지우지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 “세금 낭비 책임 묻고 정책 결정 시스템 정비해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달 노무현 정부 때 철저하지 못한 국책사업 추진으로 10조6754억 원의 세금이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사업타당성 검토 잘못과 선심성 행사 등 10가지 낭비 유형을 줄여 예산을 10% 절감하겠다고 공언했다.
박영철(도시계획학) 성결대 교수는 “국책사업 실패로 인한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선 사업 관련 공직자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국가의 정책 결정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일부 환경단체의 무분별한 국책사업 반대 운동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한 국책사업 전문가는 “노무현 정부 시절 국책사업 추진에 자꾸 제동이 걸린 배경 중 하나는 입김이 세진 시민단체들이 막무가내로 사업을 가로막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