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은 교수법 수업중

  • 입력 2008년 3월 31일 03시 00분


최근 중앙대 교수학습지원센터에서 교수들이 ‘PBL(문제중심 학습모형)에 관한 교수법’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 중앙대
최근 중앙대 교수학습지원센터에서 교수들이 ‘PBL(문제중심 학습모형)에 관한 교수법’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 중앙대
《서울 동국대의 A 교수는 지난해 2학기 교내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컨설팅을 받았다.

학생들에게 강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강의법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센터 연구원들은 A 교수의 강의를 촬영하고 분석한 뒤 “텍스트 강독 위주의 단조로운 교수법이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A 교수는 센터의 도움을 받아 신문과 방송 가운데 수업에 쓸 수 있는 자료를 모았다.

A 교수는 이를 시청각 자료로 만들어 강의에 활용했다. 더불어 강단에서의 동선, 시선 처리 방법 등에 대한 컨설팅도 받았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올해 1학기 때 A 교수의 강의에는 지난 학기보다 수강 신청이 2배 이상 몰렸다.》

“알찬 강의도 재미없으면 디지털 세대 외면”

서울여대에선 교수법을 연구하는 모임이 생기기 시작했다. 교수들이 4, 5명으로 팀을 이뤄 각각 효과를 본 교수법을 공유하고, 새로운 교수법을 개발하는 모임이다. 교수들의 ‘강의법 스터디 모임’인 셈이다.

○ 강의 단점 고쳐주는 컨설팅 인기

교수법 프로그램의 단골은 영어 강의법. 동국대는 지난해까지 학기당 2회 실시하던 영어강의 워크숍을 올해부터 매달 한 번씩 연다. 지난달에는 외국계 기업 간부를 초청해 영어로 프레젠테이션하는 방법에 대한 특강을 실시했다. 서울대는 교수학습개발센터 주관으로 1월 말 영어 강의 개선을 위한 좌담회를 열었다.

서울여대는 매달 2, 3회씩 강의계획서 작성법, 대형 강의 수업법, 토론식 수업 방법 등을 주제로 특강과 워크숍을 연다.

‘말하는 법’을 가르치는 프로그램도 인기다. 한양대는 다음 달 아나운서를 초청해 ‘강의를 위한 전달력 있는 음성 만들기’ 특강을 실시한다.

강의를 모니터링한 뒤 단점을 고쳐 주는 컨설팅도 확산되고 있다. 성균관대 대학교육개발센터에서 컨설팅을 받은 교수들은 “말이 빨라서 발음이 분명하지 않은 것 같다” “학생들의 토론을 유도하는 게 부족했다” 등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교수법 프로그램은 미국에선 1960년대 미시간대가 시작한 뒤로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등 대부분의 명문대에 자리 잡았다. 대학교육개발센터협의회장인 박승호 서울여대 교수는 “스탠퍼드대에서 노벨상을 탄 교수도 학교의 교수법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습을 봤다”면서 “한국의 대학들은 2000년대 들어서야 교수법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새로운 세대엔 새로운 교수법

교수법 프로그램이 최근 붐을 이루는 것은 ‘디지털 세대’인 학생들에게 ‘아날로그 세대’인 교수들의 수업 방식이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교수 사회에선 보조 매체 활용법에 대한 수요가 많다. 중앙대는 온라인 강의 콘텐츠 만들기, 파워포인트 사용법, 동영상 만들기 등을 꾸준히 전하고 있으며 서울대도 이번 학기에 동영상 제작 및 편집, 포토샵 특강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학생들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동국대에선 요즘 대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이유와 문화적 백그라운드 등을 주제로 한 특강이 최근 실시됐다. 한양대는 다음 달 ‘학생들과의 공감과 소통 수업 노하우’ 특강을 실시한다.

○ 조벽 교수의 교수법 노하우

교수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바빠진 사람이 있다. 지난해 동국대 석좌교수로 임용된 조벽 교수다. 그는 미국 미시간대 공대에 있을 때 미시간대 공대 최우수 교수상을 2번, 미시간 주 최우수 교수상을 1번 받았다.

특강에 바쁜 그는 28일 서울대에서 ‘관심 없는 학생에게 학습 동기 부여하기’ ‘기초능력이 다른 학생들에게 수준별로 설명하기’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조 교수는 “내용 전달보다 학생들에게 왜 그 과목이 중요한지 학습 동기를 부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가 수업을 하기 전 먼저 하는 일은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를 확인하는 것. 수업의 이해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는 또 학생들의 흥미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강의노트에 꼼꼼히 표시한다. 이를 위해 조 교수는 메모지를 늘 갖고 다니며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적어둔다. 수업 시간에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학생들에게서 계속 질문을 받는 것이 조 교수 강의의 특징.

EBS TV ‘다큐 프라임’이 최근 방영한 특집 ‘최고의 교수 노하우, 노와이(know-how, know-why)’에서 미국 피츠버그대 도널드 골드스타인 교수는 “학생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학생을 위해 존재한다”며 학생을 중심에 둔 교수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조벽 교수가 말하는 ‘교수의 중요성’

△학생들은 수업을 받는 것이 아니고 교수를 받아들인다

△수업 내용이 기억에서 사라져버려도, 과목 이름을 잊어버린 뒤에도 학생들은 교수를 기억한다

△사람이 기억되는 것이지 강의가 기억되는 것은 아니다

△교사는 교육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교육의 승패는 교사에게 달려 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

(‘조벽 교수의 명강의 노하우 & 노와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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