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동서남북/안전띠 미착용 단속, 관용차는 예외?

  • 입력 2008년 4월 2일 05시 47분


경찰의 교통단속 현장에 가보면 자동차 안전띠 미착용으로 단속된 운전자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드문 일이긴 하지만 경찰이 “다음부터 착용하세요”라며 계도에 그치면 운전자들은 무척 미안하고 고마운 표정이다. 범칙금 부과를 모면한 이들은 아마도 현장을 빠져나가면서 “앞으로 꼭 매자. 내 안전을 위한 일이기도 한데…”라고 다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찰이 “범칙금을 내야 한다”며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내 안전에 관한 일인데 왜 국가에서 범칙금을 물리느냐” “실적 위주의 단속 아니냐”며 거칠게 따지기 일쑤다.

이영화 대전지방경찰청장도 안전띠를 안 맸다고 범칙금까지 물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달 23일 오전 11시경 대전 동구 삼성동 인근에서 이 청장을 태운 관용차 기사가 청장 관사를 빠져나오다 의경에게 안전띠 미착용으로 적발됐다. 그러나 의경들은 청장의 ‘지도’를 받고 범칙금을 부과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시켰다.

이 일이 문제가 되자 그는 최근 “지난해 7월 대전지방경찰청 개청을 하면서부터 안전띠 미착용 단속은 계도 위주로 하라고 줄곧 지시해 왔다”고 해명했다.

이 청장은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사고가 날 경우 자기 생명이 위험하지만 미착용 그 자체가 직접 사고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래서 계도 위주의 단속을 지시했고 의경들이 그런 방침을 따르지 않아 타일러 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대전지역에서는 1∼3월에만 7587명의 운전자가 안전띠 미착용으로 건당 3만 원씩의 범칙금 고지서를 발부받은 것으로 1일 확인됐다. 그동안 이 청장이 계도 위주의 단속을 지시해 왔다면 그 혜택을 본 사람은 자신을 포함한 일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 청장의 방침이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면 경찰의 지시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경찰은 이제라도 이 청장의 관용차에 범칙금을 물리든지, 그동안 단속된 시민들의 범칙금을 모두 돌려줘야 한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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