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신암마을 양계농가 AI 날벼락

  • 입력 2008년 4월 5일 02시 55분


4일 경찰과 방역당국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지역인 전북 김제시 용지면 용암리 주변도로에서 통과 차량에 대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김제=박영철 기자
4일 경찰과 방역당국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지역인 전북 김제시 용지면 용암리 주변도로에서 통과 차량에 대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김제=박영철 기자
“제발 호들갑 떨지 말아주세요”

“15개월전 충격 딛고 빚얻어 또 시작했는데…

닭소비 줄어들까 걱정… 생계대책 마련을”

“제발 큰 난리 난 것처럼 호들갑 떨지 말아 주세요. 그러면 닭 소비가 줄어들고 양계 농가들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그 대신 생계대책 좀 빨리 세워 달라고 정부에 전해 주세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병한 전북 김제시 용지면 용암리 신암마을에서 닭 농장을 운영 중인 강모 씨는 4일 “닭 값과 사료비, 은행 대출을 합하면 빚이 1억 원도 넘는다”며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2006년 겨울 농장 부근에서 AI가 발생했을 때 계란을 하나도 반출하지 못해 완전히 망한 뒤 지난봄에야 병아리를 들여와 키우기 시작했는데 또 웬 날벼락이냐”며 “이번 일로 이 일대 양계농가가 다 굶어죽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산란용 닭 15만 마리를 도살 처분해야 할 처지인 또 다른 농장주 안모 씨는 “자식처럼 돌보고 정성껏 길러 이제 한창 알을 낳고 있는데 모두 죽여서 묻어야 한다니 정말 가슴이 아프다”며 “지난해 유기농축산으로 인정받아 판로를 겨우 확보했는데 모두 허탕이 돼 버렸다”고 울먹였다.

전북 전체 달걀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김제시 용지면 양계농가 단지 내 380여 농가마다 의사 AI 발생 신고 이후 출하되지 못한 달걀 수십만 개씩이 쌓여 있었다.

마을로 통하는 주요 길목에는 방역통제초소가 설치돼 이동차량을 소독하고 있을 뿐 주민들의 발길마저 뜸했다.

흰색 작업복을 입은 방역요원들이 철저히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가운데 방역차들이 쉴 새 없이 일대를 오가며 농장과 가옥, 길가에 하얀 포말을 뿜어대고 있었다.

김제=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 영상 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 영상 취재 : 임광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일본 - 대만 - 홍콩 “한국 생닭 수입 중단”

27만마리 처분… 보상금 절반 우선 지급

전북 김제시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생닭 수출 길이 막혔다.

농림수산식품부는 4일 “한국 닭고기와 삼계탕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일본과 대만, 홍콩이 이날 ‘삼계탕은 괜찮지만 생닭에 대해서는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닭 수출이 중단된 것은 지난해 6월 한국이 AI 청정국 지위를 회복해 닭 수출을 재개한 이후 9개월 만이다. AI가 발생해 마지막으로 닭을 도살처분한 뒤 3개월 이상 재발하지 않으면 AI 청정국 지위를 되찾는다.

정부는 이번 AI 발생으로 농가피해가 클 것으로 보고 도살 처분된 닭에 대한 보상금 절반가량을 미리 나눠주기로 했다.

김창섭 농식품부 동물방역팀장은 “AI 발생 지역 농가의 도살처분 작업이 끝나면 곧바로 닭 평균 가격의 50%를 농가에 지급하도록 조치했다”며 “현재 AI 도살 처분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700억 원 정도로 이 가운데 100억 원을 전북에 배정했다”고 말했다.

방역이 끝난 뒤 정확한 피해 현황을 토대로 정산이 이뤄지면 나머지 금액이 모두 지급된다. 농식품부 추정에 따르면 현재까지 예정된 닭 도살 처분과 달걀 폐기에 약 48억 원의 보상금이 필요하다.

농식품부는 당초 닭 도살 처분 대상을 30만8000마리라고 밝혔으나 지형과 구조물을 고려해 이날 27만 마리로 정정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김제 인근 정읍서도 오리 5000마리 폐사

AI 관련여부 조사중▼

전북 정읍시의 오리농장에서 닷새 동안 오리 5000여 마리가 폐사해 정부 당국이 원인 조사에 나섰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정읍시의 한 오리농장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오리 1만여 마리 가운데 5000여 마리가 죽었다는 신고가 들어와 3일 저녁부터 수의과학검역원에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농식품부는 “수의과학검역원의 오리 부검 결과 폐사 원인은 오리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제3종 가축전염병인 ‘오리 바이러스성 간염’과 세균성 질병에 복합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관련 있는지 정밀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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